정경대 경제학과 2006100654 강슬기
친구와 둘이 도쿄로 떠났던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는 하라주쿠에서 한다는 코스튬 플레이를 구경하기 위해 JR선을 타고 하라주쿠의 메이지 신사로 향했다. 메이지 신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다가 역에서 잘못된 출구로 나가는 바람에 현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물어 가까스로 도착할 수 있었다. 불편한 신발을 신은 채로 근래 며칠동안 많이 걸었던 친구는 코스튬 플레이를 구경하고 있기로 하고 나 혼자 메이지 신사를 구경하기로 했다. 신사는 일본 만화나 드라마에서만 보아왔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떨지 궁금했고, 어떤 느낌일까 많이 기대됐다.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회색 돌로 된 다리를 지나 나무 기둥 같은 신사의 문에 들어서니 내 앞에는 수많은 자갈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흙길과, 그 양쪽으로 하늘까지 가려버린 맑은 초록 빛깔의 쭈욱 늘어선 나무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드문드문 있는 사람들은 경치를 즐기며 조용히 걷고 있었다. 나무들 사이사이로 보였던 햇빛의 따스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여행을 하는 일주일 동안 도쿄의 도심 속에서 정신없고 번잡한 모습만 보아 왔기 때문에 푸른 파도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던 그 장면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오랜만에 흙냄새도 맡아보고 나무의 시원함도 느껴보면서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 그 길을 걸으면서 친구와 생겼던 갈등도 생각해보고 그 동안에 있었던 추억거리들도 한번씩 되새겨 보았다. 신성하게 느껴졌던 그 곳을 조용히 혼자서 걸으니 친구와의 둘만의 여행으로 들떴던 마음도 가라앉힐 수 있었고, 어려서 행동이 미숙했기 때문에 생겼던 짜증들도 깨끗히 잊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걸으니 두 갈래의 갈림길이 나왔다. 표지판이 일어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일어를 하나도 몰랐던 나는 그냥 발이 가는 곳으로 향했다.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왼쪽 길로 갔던 것 같다.
그 길을 조금 걸으니 왼쪽으로는 약수터처럼 산의 물을 먹을 수 있게 나무로 만들어 놓은 곳이 나왔고 앞에는 신사와 큰 나무가 서 있었는데 사방으로 그 나무를 둘러싼 큰 판에는 작은 나무로 만들어진 판이 무수히 많이 걸려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다양한 언어로 사람들의 소원과 추억을 담고 있었다. 신사에서 그 판을 사서 나와 나의 가족들과 지인들의 행복을 바라는 글을 쓰고 소중히 걸어 두었다.
신사 계단에 앉아서 조금 쉬고 있는데 어느덧 하늘이 불게 물들고 해가 지고 있어서 서둘러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돌아올 때에는 서둘러 오는 중에도 그 길을 걷던 감동과 느낌을 오랫동안 잊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코스튬 플레이와 길거리 공연을 조금 구경한 뒤 지는 해를 뒤로 하고 평온해진 마음으로 가볍게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도쿄 여행의 마지막 날은 나에게 정신없던 일주일을 정리할 시간을 주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과 나를 돌아볼 수 을 주었기 때문에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