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광야(曠野)
까막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山脈)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에도
차마 이 곳을 범(犯)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이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季節)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梅花) 향기(香氣)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曠野)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 작품 이해
○ 종류 : 자유시, 서정시, 상징시, 저항시, 참여시
○ 성격 : 의지적, 남성적, 상징적, 저항적, 지사적, 미래 지향적,
○ 어조 : 지사적, 예언자적 기풍의 남성적 어조
○ 운율 : 내재율
○ 제재 : 광야
○ 주제 : 조국 광복 실현에의 의지와 신념
○ 출전 : <육사 시집>1946
○ 표현상 특징
① 남성적 어조로 강인한 지사적 의지를 노래함
② 언어의 상징적 기능을 중시함
③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미래로 시상을 전개시켰다.
④ 예스러운 말로 서술 어미를 맺어 우아한 품위를 드러냈다.
⑤ 설의법, 의인법, 상징법 등의 표현 기교
○ 구성 : 추보식(과거→현대→미래)
1연 : 광야의 원시성(시간성, 과거)
2연 : 광야의 광활함(공간성, 과거)
3연 : 역사의 태동(과거)
4연 : 광야의 현재 상황과 ‘나’의 선구자 의식(현재)
5연 : 광야에 대한 미래에의 기대(미래)
◎ 시어 및 구절 풀이
* 광야(曠野) : 아득하게 너른 벌판. 역사의 터전을 상징함
※ 광야(廣野)는 단순히 넓다는 의미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천지개벽(天地開闢). 천지 창조의 시각화
*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 닭이 우는 소리와 같은 생명체의 기척이 있었겠는가?. 설의법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시각적 역동적 이미지
* 연모(戀慕)해 : 사랑하여 그리워함. 의인법
* 이 곳 : 광야
*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 광야의 신성함과 위대함
* 광음(光陰) : 세월
* 피어선 지고 : 활유법
* 강물 : 역사나 문명을 상징함
* 길 : 개척이나 태동의 의미
* 지금 눈 내리고 : 엄혹하고 고통스러운 시절을 상징. 일제 식민지 치하.
* 눈 : 어둡고 절망적인 현실을 상징. ‘매화 향기’와 대조적 이미지
* 매화 향기 : 한 시대를 지키는 지조, 조국 광복의 징조, 시적 화자의 저항 의지를 내포. 전통적으로는 지조와 절개를 상징함
* 아득하니 : 그윽하고 은은하니
* 가난한 노래의 씨
: ① 냉혹한 시련의 상황 속에서 시인이 행하는 실천 행위에 대한 제유적 표현.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혼자 뿌리는 씨잇이기에, 더욱이 견디기 어려운 추위를 무릅쓰고 뿌리는 것이기에 그것은 ‘가난한’ 씨앗이다.
② 시적 자아가 염원하는 ‘조국 독립과 해방’을 의미(즉, 미래에 대한 염원과 의지를 상징)
*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 자기 희생적 심상. 강력한 의지의 표현. 시적 화자의 태도와 의지가 가장 단적으로 드러난 핵심 구절. 선구자적 풍모가 나타남.
* 가난한 : 5연의 ‘목놓아’와 대조되는 시어
* 백마 : 위인이나 귀인이 타는 것으로 해방과 자유의 상징
* 초인(超人) :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구세주나 구원자 또는 위대한 미족 시인의 뜻과 조국 광복을 달성한 위대한 후손의 뜻을 내포함
◎ ‘닭 울음 소리’의 상징 의미
육사의 시는 20여 수에 불과하지만 ‘광야’ 외에도 ‘밤도 시진하고 닭 소래 들릴 때면’(나의 뮤즈), ‘닭 소리나 들리면 가랴’(독백)처럼 ‘닭 울음 소리’가 자주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몇 수 되지 않는 그의 시에 등장하고 있는 ‘닭 울음 소리’는 역사적 암흑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 닭 소리가 들릴 때, 비로소 새벽이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윤식, <한국 근대 문학의 이해>에서-
◎ ‘매화 향기’의 상징 의미
① 추위 속에 피어나는 매서운 기개의 상징 -- 민족 정기
-전통적으로 매화는 단순한 봄의 표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리와 혼탁한 현실에서 선비의 품격을 지키고 알리는 선비 정신의 표상임.
② 매화 향기에 봄을 결부시키고, ‘아득하다’를 ‘멀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조국 광복의 미래가 멀다’는 뜻이 되므로 잘목된 해석임. 여기서 ‘아득하다’는 그윽하고 은은하다‘의 의미이다.
③ 자기 희생의 심상
- 시적 장아가 선 광야는 봄이 오지 않고 식민 지배의 고난과 핍박이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즉 엄동 설한에 매화의 뜻을 살려서 꽃을 피우고 향기를 풍겨 보고자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그결과는 당연히 약한 갈대의 죽음을 불러 올 것이다. 이부분에 자기 희생의 심상이 나타난다고 보는 까닭은 역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희생은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의 출현을 믿기에 가능한 일이다.
- 김용직, <항일 저항시 해석의 한 방법>에서-
◎이육사(李陸史, 1904 ~ 1944) 시인, 독립 운동가.
* 1904년 경상북도 안동 출생. 본명은 이원록, 통명(通名)은 활(活)이다.
* 1926년 북경으로 감
* 1927년 조선은행 대구 지점 폭파 사건에 연루되어 대구 형무소에 3년간 투옥. 이때의 수인번호(64)를 자신의 아호로 삼음
* 1932년 북경의 조선군관학교 간부 훈련반에 입교
* 1933년 조선군관학교 졸업 후 귀국, 이때부터 일경의 감시하에 체포와 구금 생활 반복
* 1935년 <신조선>에 시 ‘황혼’을 발표하여 등단함
* 1937년 신석초, 윤곤강, 김광균 등과 시 동인지 <자오선> 발간
* 1943년 1월 16일 북경 감옥에서 사망
* 시집으로 유고집인 <육사 시집>1946이 있음
육사의 시는 거의가 식민지 치하의 민족의 비운이 소재이거나 주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절정’과 ‘황혼’이 있다.
그의 작품은 ‘청포도’를 전후해서 시적 전환을 이루는데 이것이 제2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 실향 의식과 비애가 정서적으로 승화되어 나타나 있다. 초기의 시가 민족적 울분과 시대적 저항 정신을 굵은 톤으로 표현했다면, 이 시기의 시는 육사의 섬세하고 맑은 기질을 보여준다는 데서 구별된다.
권상호
특징: (1) 감각적 어휘의 구사
(2)시상의 압축, 절제
구성 : 역순행적 구성
(1)여승의 현재(1연)
(2)여승의 삶의 궤적(2~4연)
제재: 한 여자의 일생
주제: 여승의 비극적 삶(가족 공동체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