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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학의 길
○ 권상호(신일고등학교)
○ 박성래(민족 과학의 뿌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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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은 조상이 남긴 재산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알려져 있다. ( ㉠ )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는 ‘한국 과학기술의 유산’이란 의미에서의 유산이란 당연히 어느 개인이 죽은 뒤 남긴 재산이 아니라 1990년대를 사는 우리들 한국인이 물려받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문화적 전통 일체’를 가리킨다.
여기서 필자가 ‘한국의 문화적 전통 일체’를 우리 과학기술의 유산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오늘의 한국 과학기술과 유기적 상관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 ) 오늘의 한국의 과학기술과 유기적 관계를 갖는다는 사실은, 곧 그것이 미래 한국의 과학기술에도 중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의 과학기술 유산을 제대로 평가하는 일이야말로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전통을 제대로 인식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 ㉢ ) 그것은 한국의 과학기술 발달을 위해서도 꼭 집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역사학계에서도 그리 큰 연구와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 않으며 과학계에서도 상당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유산이라면 흔히 물질적인 것만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유산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유산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와 국가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 있다. 개인의 삶이 정신적 유산의 영향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민족의 문화 유산도 정신적 유산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 ) 우리 과학기술 유산을 평가할 때에도 물리적인 부분만을 가지고는 올바로 평가할 수 없다. 정신적 유산을 검토하고, 그것이 당시의 과학기술과 어떤 관계가 있었으며, 그런 전통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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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글의 흐름으로 보아 필자가 독자에게 궁극적으로 거는 기대로 적절한 것은?
① 한국 과학기술 유산의 의미를 이해한다. ② 한국의 문화적 전통 일체를 계승한다.
③ 한국 과학기술 유산을 재인식한다. ④ 문화유산에 대하여 과학적으로 평가한다.
⑤ 물질적 유산과 정신적 유산을 분별한다.
2. 필자의 집필 자세와 거리가 먼 것은?
① 역사 의식 속에서 글을 전개하고 있다.
② 문화적 전통을 새롭게 인식하기를 바라고 있다.
③ 과학기술의 유산에 대한 평가를 올바로 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④ 과학기술의 유산에 대한 학계의 연구에 고무적이다.
⑤ 과학기술의 유산을 물리적인 부분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3. ㉠~㉣에 들어갈 접속어로 알맞게 짝지어진 것은?
㉠ ㉡ ㉢ ㉣
① 그러나, 그리고, 또한, 따라서
② 그러나, 그런데, 그리고, 또한
③ 그리고, 그런데, 또한, 그러므로
④ 그리고, 그러나, 한편, 따라서
⑤ 따라서, 더구나, 한편,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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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과학기술 유산은 물질적 유산과 정신적 유산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첨성대와 금속활자를 예로 들어 우리의 물질적 유산이라 말하고, 기술 천시의 전통을 정신적 유산이라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과학기술 유산은 다시 우리 고유의 것인가 혹은 외래적인 것인가로 나누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정신적 유산의 경우는 우리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부분보다는 외래적인 것, 특히 중국적인 것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 과학기술의 유산은 또한 그것이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인 것인가 또는 부정적인 것인가를 기준으로 따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정신적 유산 가운데는 이를 기준으로 하여 그것을 계승․발전시킬 것인가, 아니면 극복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경우가 많다. 과학기술 유산은 이러한 ( ㉠ ) 가지의 기준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나뉠 수 있다.
(다) 우리들에게 가장 친숙한 과학기술 유산으로는 첨성대, 측우기, 거북선, 금속활자 등의 구체적인 경우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이것들은 위에 말한 몇 갈래 기준에 의하면, 모두가( ㉡ )(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것들 이외에도 상당히 많은 유산이 이런 범주에 속할 것이다.
(라) 이것들이 모두 물질적이란 것은, 반드시 이들이 현존하는 유물로남아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거북선은 임진왜란 때의 현품이 유물로 남아 있지 않다. 더 안타까운 일은 당시의 거북선이 진정 어떤 모양이었는지 확연하게 알 수 있다고 장담할 형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선이라는 전함이 만들어져 사용되었고, 그것이 세계 조선사상(造船史上) 유례가 없는 특이한 것이었다는 사실만이 인정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남아 있는 문헌을 근거로 한 몇 가지 이론으로 거북선을 제작해 보고 있다. 복원된 유물이 시험적으로 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험이 반복되고 세련되면 한층 더 원형에 가까운 거북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 첨성대의 경우 천문 관련 건조물로서는 중국이나 세계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아직 첨성대와 비슷한 모양의 것으로 그만큼 오래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첨성대는 세계에 돋보이는 특이한 건조물임이 분명한 것이다. 그러나 첨성대가 건조된 7세기에는 이미 중국은 물론, 서양이나 그 밖의 몇 개 문명권에서 천문관측과 천문학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첨성대란 별로 새로운 것일 수도 없는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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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 내용을 삽입하기에 알맞은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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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질적 유산이 정말로 한국 고유의 것이냐, 아니면 어느 정도 외국, 특히 중국의 그것에 영향받은 것이냐를 따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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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의 앞 ② (나)의 앞 ③ (다)의 앞
④ (라)의 앞 ⑤ (마)의 앞
5. (가),(나)를 읽고 과학기술 유산에는 크게 몇 가지의 유형이 있는지 ㉠에 알맞은 말을 쓰시오.
6. ㉡에 들어갈 알맞은 내용을 과학기술 유산의 유형 기준에 의거하여 20자 내외로 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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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우리 역사는 전통시대에는 특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10세기 말 이후에는 일본을 통해, 그리고 그 후에는 직접 서양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오늘의 한국을 만들어 왔다. 당연히 19세기까지는 중국의 많은 과학 기술이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조선 초 세종 때에는 경복궁의 경회루 둘레에 많은 천문기구들을 만들어 설치했는데, 그 가운데 혼천의․혼상․간의․동표 등은 모두 중국의 그것을 모방해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물론 이들 천문기구들을 만들면서 조선 초의 천문학자들이 중국의 것에 일부 수정을 가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남아 있는 사료의 빈약함 때문에 그것이 얼마나 수정되고 개량된 것인지를 밝히기는 어렵다. 또 함께 만들어졌지만 당시 장영실이 만든 자격루라는 물시계와 옥루라는 교묘한 장치는 상당히 독창적인 것이었음이 분명하다.
(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 중에 현재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 유형에 속하는 것은 하나하나 예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얼마든지 많다. 조선시대까지 우리 조상들이 사용하던 농기구나 관개도구, 직조기술, 금속 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기술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음이 분명하다. 예를 들면, 농촌에서 물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데 사옹하던 관개도구들도, 우리의 농서에 나타난 그림으로 보면, 중국의 그것을 모방한 것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구들은 현재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다시 복원된 일도 없다.
(라) 우리의 과학기술 유산 가운데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부분 가운데 또 한 부분은 서양 과학기술의 영향이다. 17세기 이래 조선 왕조에는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서양문물이 흘러 들어왔고, 이것들이 우리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자명종, 천리경 등의 서양 과학기술의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유산은 거의 잊혀져 있고, 실제 유물이 남아 있는 경우도 드물다.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도 전혀 없었다.
---------------------------------------------------------------------혼천의(渾天儀) : 천체의 움직임과 위치를 관측하는 기계.
혼상(渾象) : 조선 초기 간의대(簡儀臺)에 부설되었던 관측 기계의 하나.
간의(簡儀) : 1435년(세종 17)에 만든 천체의 운행과 현상을 관측하던 기계.
동표(銅表) : 1437년(세종 19)에 만든 경회루 연못 북쪽에 세워졌던 높이 약 10미터의 구리 기둥으로 그림자 길이를 관측하는 기계.
자격루(自擊漏) : 조선 세종 때 물이 흐르는 것을 이용하여 스스로 시간을쳐서 알리도록 만든 시계.
옥루(玉漏) : 옥으로 만든 물시계.
관개(灌漑) :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물을 논밭에 댐.
자명종(自鳴鍾) : 정하여 놓은 때가 되면 저절로 소리를 내어 시간을 알려 주는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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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 글은 과학기술 유산의 유형 중 어떤 유형에 속하는가?
① 물질적인 유산으로 고유한 것이며 긍정적인 것이다.
② 물질적인 유산으로 고유한 것이지만 부정적인 것이다.
③ 물질적인 유산으로 외래적인 것이지만 긍정적인 것이다.
④ 정신적인 유산으로 고유한 것이며 긍정적인 것이다.
⑤ 정신적인 유산으로 외래적인 것이며 부정적인 것이다.
8. 이 글에서 필자가 중점적으로 사용한 논리 전개의 방식은?
① 비유 ② 비교 ③ 유추 ④ 묘사 ⑤ 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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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우리 고유의 것 가운데 자랑스럽게 여겨도 좋은 긍정적인 정신적 전통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우선 정신적 유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들은 좁은 의미에서의 새로운 과학사상이나 발견․발명만이 아니라, 특이하고 효과적인 과학기술의 제도 또는 외국과의 관계에서 보여 준 조상들의 과학기술상의 우월성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나) 특히 서양에서는 이미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던 17세기 이후의 경우, 국내에 처음으로 새로운 과학사상이나 기술을 도입했거나, 또는 들여오려는 참신한 제도를 제안했다면, 이 또한 중요한 한국 과학기술의 유산이 아닐 수 없다.
(다) 그러나 이 방면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해 우리는 우리 역사가 어떤 특이하면서도 긍정적인 과학기술상의 제도를 갖고 있었는지조차 밝혀 내지 못한 상태이다. 연구가 진행되면 언젠가 그런 증거를 밝혀 낼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외국과의 관계에서 쉽게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라) 삼국통일 이전에 수많은 과학자, 기술자가 일본에 건너가 일본 과학기술의 기초를 다져 준 일과 그 일본의 과학기술이 모두 한국인들에 의해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는 사실은 다른 책이 아닌 <일본서기(日本書記)>에 밝혀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동안에도 일본은 많은 기술상의 혜택을 조선에서 받아 갔음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들의 인쇄술과 도자기 제조기술 등의 발달은 이 때의 영향으로 가능했던 일인 것이다.
(마) 뿐만 아니라 일본의 한 천문학자는 임진왜란 직후 일본에 갔던 통신사 일행 한 사람의 가르침을 받고, 오랜 연구와 실험을 통해 일본에 맞는 새로운 역법을 만들기도 했다. 지금 세계의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이 역사상 여러 차례 한국의 영향을 받으며 그 기술의 터전을 잡았다는 사실은 오늘을 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 될 수 있다.
(바) 비슷한 정신적 유산으로는 홍대용이 주장한 지전설(地轉說)처럼 이미 서양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주장이지만, 18세기 동양인으로는 처음 그런 독창적 생각을 하게 된 경우를 들 수 있다. 비슷한 경우로는 19세기 초에 이미 서양 과학기술의 우월성을 인정하고, 그 체계적 도입을 주장하고 나선 박제가와 정약용의 경우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근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눈을 뜬 선각자들의 자세는 오늘의 한국인에게 중요한 정신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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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 글을 크게 둘로 나눈다면 어디가 가장 적당한 곳인가?
① (가) 다음 ② (나) 다음 ③ (다) 다음 ④ (라) 다음 ⑤ (마) 다음
10. 이 글에서 예에서 보이고 있는 과학자, 기술자의 업적과 거리가 먼 내용 둘을 고르시오.
① 새로운 과학사상의 발견이나 발명
② 특이하고 효과적인 과학기술 제도 확립
③ 외국과의 관계에서 보여 준 조상들의 과학 기술상의 우월성
④ 국내에 처음으로 새로운 과학사상이나 기술 도입
⑤ 새로운 과학사상이나 기술을 들여오려는 제도를 제안
11. 다음 내용과 부합하는 단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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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과학기술 유산에 대한 연구의 공백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분야의 연구 인력이 거의 없는데다가 인력 양성도 아직은 불분명한 전망을 보이고 있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학과가 대학에 있지만, 과학사학과만은 없는 것이 우리 나라이고, 갖가지 크고 작 은 연구소가 정부 돈으로 또는 기업의 돈으로 설치되어 있지만 과학사 연구 기관은 하나도 없는 곳이 바로 우리의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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