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 爪() 이야기

 

도정 권상호

   (손 수), (손 수), (오른손 우)도 ‘손’을 가리키는 글자이지만 寸(마디 촌), (손톱 조) 등도 ‘손’을 가리킨다.

  우선 寸(마디 촌)과 관련한 한자를 살펴보자. 한의학에서 사람의 손목에 맥박이 뛰는 곳을 寸口(촌구)라고 한다. 촌구는 손바닥으로부터 一寸(일촌) , 3cm쯤 떨어져 있다. () 자의 전서 모양을 보면 一() 자로 맥박의 위치를 가리키는 데, 오늘날은 점으로 찍는다. 나중에는 ‘짧다’, ‘작다’의 의미 외에 맥박의 수를 헤아림에서 ‘헤아리다’ 등의 뜻으로 확장된다. ‘짧은 시간’은 寸陰(촌음), 짧은 쇠붙이는 寸鐵(촌철),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은 寸志(촌지)라 한다.

  () 자의 전서는 又() 자의 모양을 포함하고 있어서 ‘손’의 의미로도 사용된다. 따라서 對(대할 대)는 촛대 같은 물건을 손으로 잡고 있는 모양이다. 나중에 ‘대답하다’, ‘대구’ 등의 의미로 확장된다. 對人(대인), 對答(대답), 對句(대구)로다.

  (쏠 사)의 갑골문과 금문 모양은 활에 화살을 메겨 손으로 팽팽하게 당긴 모습이었다. 전서에 와서 身(몸 신)에 矢(화살 시)를 붙이다가 이내 손을 나타내는 寸()을 다시 붙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射()는 몸 뒤로 팔꿈치가 뒤로 나온 모양과 같이 되었다. 나중에는 화살뿐만 아니라 ‘총을 쏘다’의 의미도 갖게 되었다. 射擊(사격), 發射(발사), 射手(사수)로다.

  ()는 ‘言()+()’의 구조로 ‘사양하기 위하여 말을 먼저 하는(쏘는)’ 데서 ‘사양하다’, ‘감사하다’의 의미가 나왔다. 謝禮(사례), 感謝(감사)로다.

  (절 사)의 본 발음 //이었다. 그 증거로 時(), (), () 등도 모두 //이다. 신성한 절을 가리킴에 오줌 누는 소리가 나서는 쓰겠는가. 점잖게 //라 해야지. 부처님을 모시는 곳은 寺(절 사)이고, 시간에 맞추어 모심은 時(때 시)이며, 아름다운 말로 모심은 詩(시 시)이고, 옆에서 시중들며 모심은 侍(모실 시)이다. 寺刹(사찰), 時間(시간), 詩人(시인), 侍奉(시봉)이로다.

  (찾을 심)에서 숨은 글자를 찾아보면 ‘左()+()+()’으로 되어 있다. ‘두 손으로 더듬으며 찾는다.’는 의미이다. 따져가며 묻는 것은 審問(심문)이지만, 찾아가며 묻는 것은 尋問(심문)이다. 그리고 남을 집을 방문하는 것은 尋訪(심방)이 된다.

  (이끌 도)는 ‘손으로 길을 인도하는’ 모습이다. 引導者(인도자), 指導者(지도자)로다.

 

  (손톱 조)는 아래를 향해 무엇인가를 잡으려고 내미는 손의 모습으로 ‘잡는 손’의 의미가 본뜻이다. 힘을 쓸 때에는 손톱의 역할이 크므로 ‘손톱’의 의미로도 쓰인다.

  (받을 수)는 주는 손 받는 손의 모습으로 원래는 ‘주다’, ‘받다’의 두 의미가 있었으나 ‘받다’의 의미로만 쓰이고, 나중에 이를 구분하기 위해 (손 수)를 붙여 授(줄 수) 자를 만들었다. 授受(수수)는 주고받음이요, 授與(수여)는 상장이나 훈장을 줌을 말한다.

  (줄 수)와 비슷한 의미가 있는 한자로는 贈(보낼 증), (줄 사), (공급할 급) 등이 있다. 남에게 물품을 거저 줌을 寄贈(기증)이라 하고, 성의 표시나 축하 인사로 줌을 贈呈(증정)이라 한다. 임금이나 윗사람이 준 물품은 下賜品(하사품), 보상 없이 주는 식사를 無償給食(무상급식)이라 한다. 급식 문제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에 갈등이 심하다.

  (다툴 쟁)은 두 손이 긴 물건을 서로 당기고 있는 모습에서 ‘다투다’의 의미가 되었다. 싸움은 鬪爭(투쟁)이요, 자기의 주장을 말이나 글로 논하며 다투는 것을 論爭(논쟁)이라 한다. 다툼 중에 가장 무서운 다툼은 戰爭(전쟁)이지.

  (), ()과 마찬가지로 爰(이에 원)도 두 손에서 출발한다. ‘막대기로 빠진 사람을 구해내는 모습’이다. ()은 나중에 ‘이에’라는 부사로 쓰이자 본뜻을 살리기 위해 ‘援(당길 원, 도울 원)’ 자를 만들었다. 어려움이나 위험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을 救援(구원), 물품이나 돈 따위로 도와줌을 援助(원조)라 한다. 지지하여 도와주면 支援(지원)이요, 호응하여 도와주면 應援(응원),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는 것은 聲援(성원)이다.

  (잔 작, 벼슬 작)은 새 모양의 술잔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벼슬과 지위를 통틀어 爵位(작위)라고 한다.

  (온당할 타)는 한 남자의 손에 붙잡힌 여자의 모양인데, ‘온당하다’의 의미로 된 것은 아마 여자의 숙명으로 보았기 때문이리라. ‘妥當(타당)하다’는 말은 ‘마땅하다’의 의미이고, 妥協(타협)이란 말은 ‘서로 양보하며 협의함’을 뜻한다. 남북 간의 문제는 對話(대화)와 妥協(타협)으로 풀어나가야지 북의 연평도 폭격은 말도 안 돼.

  (할 위)의 갑골문 형상은 ‘손으로 코끼리의 코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서 ‘부리다’, ‘하다’의 의미로 발전한다. 行爲(행위), 爲政者(위정자)로다. 성인의 덕이 지극하여 人爲的(인위적)으로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천하가 저절로 잘 다스려지는 ‘無爲之治(무위지치)’는 꿈일 뿐인가. 심한 남남갈등은 적의 공격 없이 자폭하는 일이다. 남남이든 남북이든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법은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