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완벽한 조화 이루는 건축양식이 한옥"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한옥은 한국인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건축 보
배입니다."
`한옥 지킴이'로 통하는 영국인 데이비드 킬번(63)씨와 한국인 아내 최금옥(51)
씨가 추석을 앞두고 특별한 가을축제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킬번 부부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에서 무용가 이귀선씨 등 예술
인 8명과 한옥 사랑에 동참하는 내ㆍ외국인 친구 20여명을 초대해 `대한민국 순수한
옥마을보존 문화행사'를 열었다.
킬번 부부의 한옥집 마당에서는 20여명이 서 있기조차 힘든 좁은 공간이었지만
이씨의 축무를 비롯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강성세씨의 대금독주와 박종순씨의
시조 낭독, 송형익 한국기타문화예술원장의 클래식기타 연주, 권상호 수원대 교수의
서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이색 이벤트가 진행됐다.
킬번씨는 "추석을 맞아 한국의 전통문화를 기념하고 가회동의 한옥 보전에 대한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가을축제를 준비했다"며 "오늘 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 정신
을 불러일으키기를 바란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킬번씨가 `전통 한옥과 사랑'에 빠진 것은 아내 최씨 덕분이다.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최씨는 킬번씨와 결혼한 뒤 "아내의 나라를 보여주고 싶다"며 1987년 남편을
한국으로 데려와 가회동 한옥마을을 구경시켜줬고 킬번씨는 한옥을 처음 본 지 `5분
만에' 집을 구입해 벌써 20년째 살고 있다.
그는 왜 한옥에 반했느냐는 물음에 "아름답기 때문이다. 한옥은 수백년에 걸쳐
발전해온 건축 양식으로 나무, 종이, 돌 등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한국의 정신을 잘
살린 집이다. 주변 자연의 풍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한옥"이라며 입
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놨다.
그러나 최근 무분별한 개ㆍ보수 작업으로 주변의 전통 한옥이 하나 둘씩 손상되
고 있는 현실은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킬번씨는 "2001년부터 북촌마을 한옥 가꾸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중
장비를 동원해 예전 한옥을 파괴하고 있다"며 "31번지 몇 가구만 빼고 가회동 한옥
이 거의 사라져갔다. 새로 보수한 집들은 대부분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가짜 한
옥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해외의 유명 박물관에서도 한옥을 전시해놓고 있는
데 정작 본국에서는 한옥을 파괴하고 있다. 서울시나 청와대에 여러 차례 탄원했으
나 전혀 문제가 없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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