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종이)의 치맛자락 속에

32명의 사내(댓살)를 품고 사는 형국이

부채이다.

그 농밀한 사랑 끝에

토해내는 아들딸은 청풍(淸風)이어라.

곡선과 직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부채는

한 뼘 남짓 좁은 공간이지만

그 속엔 한국인의 멋과 풍류가 담겨 있다.

손끝의 부채 속엔 노래와 춤이 있고

시와 로맨스가 숨어있는가 하면

일사(逸士)의 여유와 철학이 담겨 있다.

부채는 한 폭의 산수를 안고도

여백을 즐길 줄 안다.

부채를 잡으면

몰래하는 입맞춤을 배우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쳐줌으로

나눔과 포용도 깨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