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

수월 권상호

존경하는 등산(等山) 순천(順天) 박공(朴公), 종(鐘) 자, 현(炫) 자 선생님,

산을 얼마나 좋아하셨으면, 산과 같아지고 싶어서

‘같을 등(等)’ 자 ‘뫼 산(山)’ 자 ‘등산(等山)’이란 호를 쓰셨습니까?

아, 오늘 뵈오니 정녕 선생님께서는 산처럼 우뚝하십니다.

선조께서 ‘순천(順天)’을 본관이라 했지만,

오늘 성가(聖歌)를 부르고 보니

‘순천자(順天者)는 존(存)하고 역천자(逆天者)는 망(亡)하니라’라는

명심보감 천명편(天命篇)의 구절이 떠오릅니다.

아마 당신은 하늘 뜻 그대로 따라

저 좋은 하늘나라에서 안식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상석(床石)에 적힌 당신의 함자(銜字)에

‘쇠북 종(鐘)’자를 쓰신 걸 보니,

지금 당신의 음성 종소리처럼 크게 들려오는 듯하고

‘빛날 현(炫)’자를 쓰신 걸 보니,

당신의 빛나는 얼굴빛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옵니다.

오늘 이 자리에는 당신을 따라가지 못한 안종완 교장 선생님,

평생 문학에의 뜻을 같이 나누던 여러 문학인들,

당신의 알토란 같은 DNA를 그대로 본받은 인한, 정한 두 아드님,

10남매의 맏이신 선생님의 자랑스러운 여러 형제자매님,

그리고 이 헌정식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당신을 존경하고 따르던 전국의 많은 문학인이

마음으로나마 오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떠나신 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만

당신의 글 속에 담긴 순수와 진실, 진정성과 감동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저는 당신의 시가 좋아, 이따금 붓글씨로 옮기던 것이 인연이 되어

선대의 비문은 물론 당신의 시비까지 쓰게 되었습니다만

오늘 와 보니 저의 못난 붓질이

당신의 명예에 누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용서하옵소서.

동심 속에서 하늘을 보고,

그 동심을 이란 커다란 나무로 키우고자

일찍이 이 세상에 심어놓고 당신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그 나무는 지금도 싱싱하게 잘 자라

아동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큰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오늘 당신이 맺으신 문학의 열매를 모아

세 권의 책으로 만들어 삼가 올립니다.

고된 삶의 질곡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감동을 이 세상에 전해주고자 하신

당신의 큰 뜻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자라나는 새싹들에게는 등대가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