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뉴욕현대미술관 vs 리움

말로는 '문화민족'이라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너무나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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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관이 2년 반에 걸친 공사 끝에 다시 문을 연 20일. 오전 6시부터 사람들이 미술관 앞에 줄을 섰다고 한다. 개관 시간인 10시 무렵에는 그 숫자가 5000여명으로 늘어났고, 무려 4시간을 기다렸다가 처음으로 입장한 부부는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왔다. 마티스 그림을 보니 기다린 보람이 있다”는 문화적인 멘트를 날렸다.

뉴욕 거리에는 미술관의 컴백을 알리는 광고판이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뉴욕 언론은 앞다퉈 미술관 띄워주기에 나섰다. 미술관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차분한 건축이 ‘새로운 흐름을 선도할 것’이라느니, ‘꿈의 건물’이라느니, 나아가 ‘9·11 테러 현장에 들어서는 건물 설계를 다니구치에게 다시 맡겨야 한다’는 호들갑도 있다. 한편에서는 입장료 인상(성인 기준 20달러)을 맹비난하는 시위도 열렸다.

미술관을 오픈했다고 온 도시가 야단법석이라니. 8년 전, 문화계 인사들이 록펠러 가문 별장에 모여 미술관의 장래를 논의했다→부유한 미술관 이사진이 경쟁적으로 수십억원씩 기부금을 냈다→공사비 무려 1조원→스타 건축가를 동원한 기념비적인 미술관이 유행처럼 돼 있는 마당에 국제 무대에 덜 알려진 인물을 내세우며 허를 찔렀다→미술관이 문을 열자 사람들이 몰려들어 ‘좋다’ ‘나쁘다’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남의 나라 미술관 이야기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것은 10월 초 문 연 삼성미술관 리움의 대조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세계적 건축가 셋이 미술관을 한 채씩 지었고 국내외 최고 수준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이 생긴 것이 분명 문화적인 사건인데도 서울은 너무도 조용하다. 예약 전화도 힘드니 가본 사람이 적고, 계속해서 화제를 만들어내기도 어렵다. 이름 ‘리움(Leeum)’이 말해주듯 한 집안이 세운 사립 미술관의 방침을 놓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문을 열었는데도 일반 시민에게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인 이 조용함이 냉소적인 분위기로 흘러버린다면 문화적 손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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