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두 획이냐 한 획이냐` 새 국새 `ㄱ` 자 논란 [중앙일보]

`두 획이냐 한 획이냐` 새 국새 `ㄱ` 자 논란 [중앙일보]
`20획은 파멸, 21획은 태평 상징`
작가 `국` 받침 두 획으로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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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자치부가 지난해 말 ‘새 국새 공모전’에서 당선작으로 선정한 민홍규씨의 작품. 대한민국의 ‘국’자 받침 ‘ㄱ’(점선)의 세로 획이 위로 튀어나와 두 획으로 돼 있다.


내년 2월부터 사용될 대한민국의 새 인감도장인 국새(國璽)의 글자체에 이상한 모양의 'ㄱ'자가 있어 논란이다.

문제의 글자체는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말 '새 국새 국민공모전' 당선작으로 뽑은 민홍규(53)씨의 작품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글자 가운데 '국'자의 받침 'ㄱ'이 한 획이 아닌 두 획으로 쓰여져 'ㅓ' 혹은 'ㅢ'자와 비슷한 형태다.

민씨는 응모 당시 제출한 작품 설명서에서 "'대한민국'은 모두 20획으로 된 글자인데 전통 동양사상에서 20이라는 숫자는 파괴.파멸을 뜻한다. 반면 21은 '태평' 또는 '능성만물지상'(能成萬物之像:만물을 능히 완성케 한다)을 상징한다. 그래서 마지막 글자'국'의 받침 'ㄱ'을 두 획으로 쪼개 모두 21획이 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국어학자와 한글 바르게 쓰기 운동가들은 "나라 얼굴인 국새에 듣도 보도 못하던 부호가 마치 한글인 양 행세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며 지적하고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출품자의 개인 생각과 상관없이 'ㄱ'을 한 획으로 보고 뽑았다. 최종적으로 새 국새를 만들 때 두 획처럼 보이지 않도록 고치라는 보완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씨가 자신의 독창성이라고 강조해 온 '두 획 ㄱ'을 포기하고 행자부 지침을 따를지는 의문이다. 민씨는 주변 사람을 통해 "국새를 다 만들 때까지 기자와 접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씨는 지난해 말 행자부로부터 국새제작단 총괄책임자로 임명돼 지난달부터 내년 2월까지 직접 새 국새를 제작 중이다.

◆"두 획짜리 'ㄱ'은 없다"=행자부는 이번 국새 글자체를 공모하면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서체를 기본으로 하라"는 단서규정을 뒀다.

성균관대 권인한(국어학) 교수는 "훈민정음에 'ㄱ'을 몇 획으로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끊어짐 없이 각지게 쓴 걸로 미뤄 한 획으로 보는 게 통념"이라며 "두 획으로 쓴 글자를 한글 자음, 특히 훈민정음체 'ㄱ'이라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재야 한글연구가 최성철(70)씨도 "'어제 훈민정음' '훈민정음해례' 및 '훈민정음 언해문' 등 어디를 봐도 글자 모양이 분명히 한 획"이라며 "'ㄱ'을 두 획의 글자로 나눴다면 그것은 이미 한글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최씨는 15년째 재야에서 우리말 바로잡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네티즌들 사이에 '뿌리깊은 나무'라는 ID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심사위원도 "두 획이면 고쳐야"=민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국새 모형 심사위원들도 "두 획으로 보인다면 제작 과정에서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기대 박영진(한국서예가협회장) 교수는 "(두 획으로) 표시가 나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글자꼴이 다른 응모작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 당선작으로 뽑았다"고 말했다.

손환일 서울시문화재위원은 "심사 과정에서 '21획이어야 국운이 생동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그게 민씨의 주장인 줄은 몰랐다"며 "훈민정음의 'ㄱ' 모양에서 벗어나 두 획으로 했다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산대 이규옥(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심사기관이 당선작 발표를 한 뒤 작가의 제작 의도(두 획 'ㄱ')를 부정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작품 선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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