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신영복 선생의 <처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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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성수
성공회대학교 총장 김성수님은 정신지체장애인 직업생활공동체<우리마을> 원장을 지내는 등 평생을 장애인, 소외된 불우이웃과 함께 해온 '영혼 건축가'로 대한 성공회 초대 관구장 대주교, 남북 기독교회의 회장 등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나는 매주 수요일 낮에는 붓글씨를 쓴다.
아주 급한 일이 아닌 한 모든 일손을 잠시 멈추고
하얀 한지 앞에서 숨을 고르고 떨리는 손을 진정시킨다.
마치 번잡스러운 세속을 떠나 피정을 하듯이
글씨를 쓰면서 나를 돌이켜보면
더 넓고 깊은 우주와 세계와 만나는 느낌이 든다.

성공회대학교에서 붓글씨를 가르치는 이는 신영복 선생이다.
이미 세상에서 정평을 얻고 있는 그의 글씨는
소리 없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고 있다.
글의 내용도 비범한 통찰과 따듯한 마음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정신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붓글씨를 쓸 때 한 획의 실수는 그 다음 획으로 감싸고,
한 자의 실수는 그 다음 자 또는 다음다음 자로 보완합니다.
마찬가지로 한 행의 결함은 다음 행의 배려로 고칩니다.
이렇게 하여 얻은 한 폭의 서예 작품은
실수와 보상과 결함과 사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가 말하는 서도의 관계론이다.

모든 사람들이 정자체처럼 반듯하고 획일적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오히려 특별하지만 부족한 사람들이
늘 실수하고 사과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또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진정한 평화와 정의의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낙락장송보다는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생명을 잉태하며 보금자리를 형성하듯이
우리의 삶은 더불어 숲을 이루어야 함을
그의 붓글씨의 철학이 말해주고 있다.

신영복 선생의 글과 삽화를 엮어서 만든 ‘처음처럼’이라는 책에 실린
주옥같은 시와 그림은 늘 감동을 줄 뿐만 아니라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게 하는 힘이 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한사람의 종교인으로서 그리고 한 대학의 운영을 책임 맡은 사람으로서
늘 처음처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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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효림
잘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