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퇴계 친필전시 9일부터

2001년 10월 31일 조선 명종 때의 문장가 권응인(생몰년도 미상)은 스승퇴계(退溪) 이황(李滉ㆍ1501~1570)에 대해 다소 뜻 밖의 글을 문집에 남겼다. “선생께서 먹빛 짙은 초서와 싱거운 풍월을 조금 줄이시면 도학(道學)이더욱 빛날 텐데….” 이처럼 학문에 흠이 갈 정도로 글씨를 익히고 시를 짓는 데 몰두했던 퇴계의 친필 유묵60여 점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예술의전당(02-580-1511)은 한국국학진흥원과 공동으로 9일~12월 9일 서예관에서 ‘퇴계 이황-글씨로 보는 도학자의 삶과 예술’전을 마련한다. 올해 퇴계 탄신 500주년을 맞아 조선의 대표적인 학자의 글씨와 그 자법(字法)에 담긴 의미를 탐구하는 전시회다. 전시작은 서거 4일 전에 쓴 유언장 ‘유계(遺戒)’, 선비를 위한 건강체조법 ‘활인심방(活人心方)’,안동 월천서당(月川書堂) 현판 등 시ㆍ제발ㆍ비석문ㆍ편지ㆍ편액ㆍ대자서(大字書ㆍ큰 글씨를 모은 책)를 망라했다. 퇴계가 국한문 혼용으로 쓴 연시조‘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과 1568년17세로 임금이 된 선조에게 제왕학으로 올린 ‘성학십도(聖學十圖)’ 목판본도 전시한다. 퇴계의 글씨, 이른 바 퇴필(退筆)의 특징은 ‘엄정하고 단아하다’는 것이다. 한자서체 중 가장 또박또박하게 쓰는 해서가 대부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퇴계 자신도 제자 정유일에게 보낸 ‘습서시(習書詩)’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씨의 자법은 심법(心法)이다. 요즘 (멋을 부린) 조맹부의 글씨가 성행하나 모두 후학을 오도하는 것이다. 점을 치고 획을 긋는 일을 모두 하나에 머물게(存一) 하라.” 이 같은 해서의 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은 퇴계가 성균관 대사성으로 있던1554년10월 선조에게 올린 글 ‘대보잠(大寶箴)’이다. 과도한 삐침이나 필선의 농담에 빠지지 않으면서 온유하고 단아한 기상이배어 있는 글씨다. 이러한기품은 초서 작품(무이구곡도ㆍ武夷九曲圖 발문)이나 장식성이 강한 예서 작품(성리군서ㆍ性理群書 발문)에서도 그대로드러난다. 결국 퇴계의 글씨는 그의 강직한 성품과 ‘궁리(窮理ㆍ하늘이 인간에게부여한 이치를 깨달음)’와 ‘거경(居敬ㆍ하늘의 이치에 따라 행동함)’이라는 그의 학문세계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서예사 전공인 이완우 대전대 교수는 “퇴계는 어렸을 적부터 반듯한 글씨를 위주로 썼고, 먹을 비뚤게 가는 일도 없었다”며 “마음이 바르면 글씨도 바르다는 말처럼 모든 것을 바르게 이(理)에 따라 사는 도학자 글씨의 전형”이라고 평했다. 전시회에는 이밖에 이성길(1562~1621)이 1592년에 그린 ‘무이구곡도’를비롯해 이언적 양사언 기대승 류성룡 등 퇴계의 스승, 제자, 벗들의 글씨도 40여 점 선보인다. /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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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안동서 선비작품전 열려 
 [조선일보 신지은 기자] 퇴계 이황, 학봉 김성일, 추사 김정희, 한석봉 등 조선시대 선비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문중(門中)유물특별전’이 지난 18일부터 경북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2월 20일까지 3개월 동안 열릴 이번 전시회는 한국국학진흥원이 지금까지 수집한 14만여점에 달하는 자료 중 시, 글씨, 서화 등 60여점의 명품만을 엄선해 개최하는 특별전이다.
글씨로는 조선시대 명필로 꼽히는 한석봉(1543~1605), 퇴계 이황(1501-1570), 추사 김정희(1786~ 1856), 율곡 이이의 아우인 이우(1542~1609), 원교체(圓嶠體)라는 독특한 글씨체를 만든 원교 이광사(1705~1777)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또 시 작품으로는 퇴계 이황이 제자 금난수(1530-1604)가 보낸 시에 화답한 시를 비롯해 대원군 이하응의 편지와 다산 정양용의 시고(詩稿·시의 초고)도 전시돼 있다. 그림으로는 최북(1712~1786)의 ‘산수도’와 강세황(1713~1791)의 ‘묵죽도’ 등이 전시돼 있다.
국학진흥원은 “진흥원이 지난 3년간 문중과 서원 등에서 기탁받은 14만여점 가운데에서 최고 작품들을 고른 것이며 일부는 경북대박물관과 개인 소장가들이 출품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은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ifyouar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