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소헌 채순홍- 중부일보

서예가 채순홍
'아름다운 프로, 이 사람'
명필재주 뛰어나도 노력없인 안되는 것

 ‘어떻게 그렇게 오랜 시간 줄곧 서예에만 정진해 올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침묵이 흐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글쎄요, 왜 소년 문장은 있어도 소년 명필은 없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꾸준한 노력이 없이는 안된다는 서예계의 진리가 저에게 딱 맞았습니다. 그게 매력이었구요”
30년 가까이 서예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떠올린 단어가 ‘노력’이었다는 답으로 오랜 침묵을 깨는 소헌 채순홍(47·경기미협 서예분과 위원장)씨는 서예계의 변하지 않는 진리를 가슴에 담고 사는 서예가다.
그가 운영하는 ‘소헌서예’(수원시 장안구 북수동)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먹을 갈고 있거나 이미 화선지 가득 글씨로 채운 대여섯명의 수강생들이 침묵의 공간을 묵향으로 채우고 있었다.
“연세 드신분들이 여가선용을 위해 많이 찾아옵니다. 좋은 일이지요. 하지만 서예계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많아야 서예계의 앞날이 밝습니다. 서예인구가 점점 고령화되어 간다는 것은 그만큼 서예계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이기에 서예인의 한사람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른아침 부터 수강생들이 많아 좋으시겠다’는 말에 걱정부터 시작하는 그는 “서예는 교양이나 소일거리로만 취급되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요사이 몇개의 대학에서 서예과를 개설해 전문인을 양성하고 있지만 지난해에도 미달사태를 빚은만큼 젊은학도가 적다는 것이 서예계의 현실입니다. 한국서예협회에서 초등학교 정규과목으로 서예를 넣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서예가 교양이 아닌 필수로 인식될 수 있도록 서예인들 스스로가 노력해야하고 서예인구의 확대를 위한 방안도 꾸준히 모색되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모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도 강조한다.
“그래도 얼마전 까지는 서예를 아는 부모세대였기에 엄마의 손에 이끌려 학원을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서예를 접해보지 못한 세대가 부모가 되어서인지 그나마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서예가 기능인 양성에만 치중했던 것도 서예인구가 감소하게 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서예는 학문이지 손재주가 아닙니다. 이론이 실기를 앞설 수는 없지만 자신이 쓴 서체나 서법에 대해 자신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론이 뒷받침 되어야만 합니다.”
대전대 서예과 강사를 비롯해 경희대 사회교육원, 아주대, 홍익대에서 서예를 강의하는 채씨는 요사이 서예인들에게서 발견되는 이론부재의 현상을 줄이기 위해 이론교육에 남다른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신의 주특기인 한시작법을 가르치는데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한문 예서와 행초서를 즐겨 쓰는 그는 주로 자작한 한시를 즐겨쓰는 서예가로 이름이 나 있다.
지난 95년 동아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을때 심사위원들은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속에서는 힘찬 기상이 느껴지는 ‘외유내강’형의 글씨에 칭찬을 아끼 않았다.
“한학자이셨던 조부 밑에서 자연스럽게 서예를 접했습니다. 본격적인 작업은 스물이 넘어서 시작했는데 그림 그리기는 것과 글씨 쓰는 것을 좋아했기에 지금껏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구당 여원구 선생을 모시고 공부를 시작했으며 여초 김응현 선생에게서 이론을 배워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보기드문 서예가로 통하는 그는 2001년 30여명의 국전초대작가들이 모여 창립한 ‘삼청시사’의 회장을 맡아 한시 자작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시· 서· 화를 다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한시를 지어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는 드물구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나 품성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자작한시는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선현들의 좋은 한시가 많지만 자신의 현재의 심정을 그대로 나타내기에는 부족한게 많습니다”
삼청동에 시회가 많이 발족되고 시인들이 많다는데서 이름지어진 삼청시사 회원들의 작품의 수준은 국전 초대작가들이라는데서 재론의 여지가 없다. 더욱이 자작한시를 한다는 점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올 12월 쯤에는 회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자작한시 전시회를 열 계획이란다.
지난 2월 허윤희, 최민렬, 전윤성 씨와 함께 4인이 참여하는 두번째 ‘기림셔연젼’을 열어 예서 특유의 고졸하면서도 힘찬 기상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선보인 그는 아직까지 개인전 이력은 없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경기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전국 휘호대회 초대작가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해 온 화려한 이력에 정작 개인전은 한번도 열지 못했다는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전이 아니더라도 초대전이나 그룹전을 통해 자신만의 서예세계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구태여 열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는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수강생들이 너무 많이 기다린 것 같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서 지난해 대전대 휘호대회와 대구에서 열린 진사서화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채송화(대전대 서예과 1년)양이 둘째고 첫째 아들이 홍익대에서 디자인 미술을 그리고 부인 안상수(45)씨 역시 국전에 여러차례 입상한 서예가라 동질성에서 오는 이해가 서예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귀띔한다.
박정임기자/jimp@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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