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대지의 예술제 - 일본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

에치고쓰마리(越後妻有) 는 일본 니가타(新潟)현에서도 손꼽히는 두메산골이다. 그런데 이곳은 3년에 한번 국제적인 예술의 마을로 변신한다.

올해가 바로 그해다. 오는 20일부터 9월 7일까지 7백62㎢에 달하는 에치고쓰마리의 산골마을은 세계 각국 아티스트의 작품들로 장식된다. '대지의 예술제'로 알려진 에치고쓰마리 트리엔날레다. 올해엔 30여개국 1백여명의 작가.건축가가 1백50점의 작품을 도로변.논두렁.호숫가 등에 전시한다. 조각.건축.설치미술 등 장르도 다양하다. 관람객들은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내리며 감상해야 한다. 워낙 이동거리가 길어 모두 보려면 3박4일은 걸린다. 더운 여름철엔 고행이다. 그래도 2000년 제1회 때는 16만3천명이 몰려들었다. 산촌의 흙냄새를 맡으며 마을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는 교류형 또는 참여형 예술제라는 점이 먹혀들었다.

에치고쓰마리는 기후나 지형조건이 매우 열악하다. 연중 절반이 눈에 덮이는 설국(雪國)이다. 계단식으로 된 땅이 많아 농사일도 고되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빠져나가 노인 마을이 된 지 오래다. 니가타현은 어떻게 이곳에 활기를 불어넣을까 고심했다. 그러나 재정사정이 안 좋아 큰돈 들이는 사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방법을 궁리한 끝에 기타가와 프람이라는 아트디렉터의 제안으로 국제 예술제를 기획한 것이다.

제1회 때 예산은 3억8천만엔. 공공사업을 하자고 치면 댐이나 발전소는커녕 작은 다리 하나 놓기도 어려운 돈이다. 그러나 행사를 치르고 나서 따져본 경제효과는 자그마치 1백28억엔이나 됐다. 이것이 그해 에치고쓰마리의 지역경제 성장률을 행사가 있기 전보다 5.5%포인트나 높여 놓았다. 기증된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보기 위해 연중 관람객들이 몰려든 덕분이다. 버려진 민가와 문닫은 학교는 미술관으로 새로 태어나 명소가 됐다.

대지의 예술제는 비엔나나 광주 비엔날레에 비해선 지명도가 떨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예술을 통한 지역경제의 활성화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사업의 예술화라고나 할까. 예술은 때로 지역사회를 바꾸는 힘이 된다.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
2003.07.18. 중앙일보 '분수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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