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실

혼 담으면 고객도 감동

예술 작품 제작과도 딱 드러맞는 내용이다.
작품도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혼을 담은 작품, 발상의 전환을 이룬 작품, 감상자에게 감동을 주어 소장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고, 나아가 꼭 사게 하는 작품 제작은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저녁에 서재를 정리하다가 챙겨두었던 2008년 12월 1일자 중앙일보 내용을 하나를 여기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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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담으면 고객도 감동 … 그래서 ‘히트상품’이다

중국에서 오래된 명검(名劍) 이야기 한 토막.

오나라에 간장(干將)과 막야(莫邪)란 이름의 부부가 있었다. 명검을 하루빨리 만들어 내라는 오왕 합려(闔閭)의 재촉에 막야는 초조한 나날을 보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인 막야는 눈물을 흘리고…. 부부에게 왕의 다그침은 계속됐다. 자칫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형편이 됐다. 막야는 급기야 결심했다. “내 한 몸을 바쳐야겠다”고. 그러던 어느 날, 잠자리에서 일찍 눈을 뜬 간장은 아내가 옆에 없음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화급히 검을 만드는 방으로 뛰어갔다. 놀랍게도 아내는 화로에 바짝 다가서더니 화로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탄생한 두 자루의 중국 최고의 명검, 부부의 이름을 딴 간장과 막야였다. 중국 고사성어 간장막야(干將莫邪)의 유래다.

◆혼을 담는다

목숨까지 버려가며 만든 제품엔 혼(魂)이 담겨 있다. 티맥스소프트의 박대연 사장 같은 이는 “설렁설렁 해서는 안 된다. 이왕 하는 일이라면 혼을 담아라”고 말할 정도다. 이 회사는 혼이 담긴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쏟아내며 지금은 세계 정상급 정보기술(IT) 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됐다.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허치슨 왐포아·청쿵실업 회장. 그는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이탈리아 업체에 청소부로 취직해 플라스틱 조화 제조기술을 익혔다. 그의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쓴 도전정신은 자신을 아시아 최대 재벌로 일궈냈다. 간장막야 명검의 목숨을 건 정성, 티맥스소프트의 혼, 그리고 리카싱의 도전정신이 담긴 제품이라면 심중팔구 히트하기 마련. 바로 이런 상품을 만들어야 매출을 극대화시키고 이윤을 내는 법이다. 회사가 잘 돌아가니 장수기업이 될 테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좋다. 히트상품 발굴이야말로 기업 생존의 조건이자 경쟁력의 필수 요소다.

그런데 제품을 히트시키려면 반드시 최초여야 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최초의 발명품을 얼마나 잘 응용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미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는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상까지 탔다. 그러나 그것을 라디오에 도입해 제품으로 히트시킨 것은 일본 소니였다. 로터리 엔진을 처음 발명한 나라는 독일이지만 이를 자동차 엔진으로 실용화한 것은 일본의 도요타였다.

◆생각을 바꾼다

아주 사소하고 쉬운 일인데도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히트상품이다. 예컨대 ‘콜럼버스의 달걀’이 그렇다. 세계 역사상 가장 히트한 ‘상품’이라해도 큰 무리는 없겠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업적을 시기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코웃음쳤다. “그저 동쪽으로 항해하다 보니 발견한 것 아닌가.” 콜럼버스는 자신을 비아냥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달걀을 탁자 위에 세울 수 있느냐”고. 느닷없는 질문에 아무도 방도를 찾지 못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달걀 귀퉁이를 깨뜨려 세웠다. 모두 놀랐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발상이야말로 히트상품의 필수 조건 중 하나다.

사례 하나를 보자. 흔히 사람들은 ‘볼펜 글씨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발상을 뒤집은 기업이 파이롯트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프릭션볼을 선보였다. 30년 전에 개발한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잉크를 활용해 내놓은 제품이다. 가격은 일반 볼펜의 두 배지만, 일본에서 공급이 수요를 좇지 못해 물건을 팔지 못하는 문방구점이 속출했다.

◆고객을 감동시킨다

히트상품을 만드는 데 결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 바로 고객 감동이다. 고객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고객의 외면을 받는다면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 미국의 기업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고객은 왕’이라는 신념으로 임했다. 고객 위주의 경영이다. 하지만 초창기 미국 제품들은 일본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유는? 일본에서 고객은 기업들에 ‘왕’이 아니라 ‘신’이었다.

히트상품을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제품이 하이트맥주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1990년대 중반, 이 회사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마침 당시는 웰빙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기 시작할 때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공전의 히트를 친 천연 암반수 맥주였다. 고객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절묘하게 파악한 것이다. 이는 요즘 같은 불황을 타개한 히트상품 사례로도 평가된다.

◆히트상품=시장에 새로 등장한 상품이 잘 팔리면 “히트했다”고 불린다. 그런데 히트(hit)는 원래 야구경기 용어다. 히트상품은 신조어의 귀재인 일본인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야구의 히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영어로 이에 유사한 말로는 ‘top seller’ ‘hot product’ ‘the product of year’ 등이 있다.

정선구 기자 [
sungu@joongang.co.kr]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1105&Total_ID=339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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