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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의 편지 수편

수연의 편지

새 해를 맞으며

새 해에는 큰 것 바라지 않으렵니다. 새 해에는 많은 것 소망하지 않으렵니다. 그저 하루하루 순간순간 작고 소박한 기쁨 놓치지 않으렵니다. 날마다 그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렵니다. 작은 것들 소중히 여기고 그저 많이 웃고 살렵니다. 옳고 그름 같은 것 따지지 않고 그냥 대충 살렵니다.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표정이나 유심히 살피고 살겠습니다. 그들의 아픔 깊이 헤아리고 그들의 미소에 더 큰 미소로 화답하렵니다. 지나간 일 때문에 마음 아파하지 않으렵니다. 다가올지 모를 앞으로의 일 때문에 쓸데없는 걱정하지 않으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늘 바라보며 살렵니다. 큰 행복 원치 않습니다. 그냥 하루하루 기쁨의 부스러기로 만족하렵니다. 오늘 하루 몸 편하고 가족들 건강하면 그것으로 행복해 하렵니다. 나에게 새 해가 주어진 것만으로 감사하며 살렵니다. 하루하루가 생애 마지막 날인 것처럼 한 번 살아보렵니다. 오늘 하루 잘 보내고 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사랑 작은 행복 안겨주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렵니다. 저 따사로운 햇살과 신선한 공기, 나무가지 사이에서 지저귀는 새들, 이따금 나에게 왔다가 촘촘히 사라지는 저 신비한 고요 그리고 나와 같은 아름다운 생명들과 이 땅에 함께 존재하고 서로 사랑한다는 것, 그것으로 내 삶은 충분하고 전부임을 늘 일깨우며 살렵니다.(수연)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서도 식을 줄 모르던 사랑과

눈보라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영혼들

지혜가 오히려 부끄러웠던 시대는 갔다.

친구여, 새벽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 않다.

그믐날이 오면 별이 뜨리니

술잔이 쓰러진 주점을 빠져나와

추억의 무덤 위에 흰 국화꽃을 던지고

너와 나의 푸른 눈빛으로

이제 막 우주의 문을 열기 시작한

저 하늘을 보자

지치지 않는 그 손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 위에

오늘도 어제처럼

투명한 햇빛은 눈부시리니.- 정성수의 <1월>

자존감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나

내 삶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기형도

모든 생명은 근본적으로 자기애에서 출발합니다. 자기애의 결과가 바로 생명의 탄생입니다. 부정적 자기애가 자존심이라면, 긍정적 자기애가 자존감입니다. 자존심은 자존감의 변질로 자아(ego)에 집착한 나머지 내면의 균형감각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그 결과 사물을 고요하게 보지 못해 간혹 마음에 없는 자기 파괴적인 행위도 서슴치 않습니다. 이 시에 묘사된 것처럼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그 사랑은 온통 질투로 얼룩져 단 한 번의 사랑도 실현하지 못 합니다. 자기 앞에 사랑이 나타나도 자신은 누군가의 사랑을 받을 만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그 소중한 사랑을 거부하고 맙니다. 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려다 사랑도 우정도 물질도 때론 목숨도 잃고 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뒤 늦게 후회해 보지만 남은 것은 바람같이 헛된 앙상한 자존심밖에 없습니다.

이에 반해 자존감은 자기 존재에 대한 겸허한 존경심입니다. 자기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자기만의 삶과 인격에 대해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합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존재를 인정하고 감사히 여깁니다. 나에 대한 건강한 사랑은 타 존재에 대한 건강한 사랑으로 확대됩니다. 나의 생명이 소중한 것을 깊이 깨달으면 다른 생명 또한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속에 사랑이 있기에 타인의 사랑 또한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입니다.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은 사람은 다른 누구도 진정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사랑은 영혼의 공명이요, 온기의 전도요, 기쁨의 전염이기 때문이기 때문입니다. 자존심과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기 존재에 대한 의연한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사랑과 행복의 출발입니다.(수연)

무엇이 나의 생을 끌고 가는가?

두메산골에서의 유년기의 아련한 추억들 중에 떠올리기 만해도 몸서리쳐지는 일이 있습니다. 여름 말복 무렵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잔치 준비를 합니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마을의 개들 중 한 마리가 그 해 잔치의 희생양이 되어 나무에 목이 매달려 죽습니다. 그러면 누군가가 그 죽은 개의 시체를 새끼줄에 묶어 질질 끌고 와 털을 끄슬린 후 펄펄 끓고 있는 큰 무쇠솥에 그 몸뚱이를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온 마음 사람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한 바탕 먹고 마시며 흥겹게 놉니다. 이를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구토가 몰려와 나도 모르게 달음박질을 치곤했습니다. 그 때 막연하게나마 나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목숨을 빼앗을 수밖에 없는 생명의 슬픈 숙명을 알게 된 것 이지요.

어른이 된 후로는 그 기억은 다른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내가 삶의 주인가 되지 못하고 무엇인가에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불현듯 내가 바로 새끼줄에 묶여 질질 끌려가던 그 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은 과연 당신 삶의 주인인가요? 혹 어떤 상황에 어떤 욕망에 어떤 고상한 목포에 끄당겨 무력하게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내 욕망을 제어하고 내가 처한 상황을 내가 지배하고 나아가 내 삶의 목포마저 나의 통제 속에 둔다는 것입니다. 당신이 만약 당신 삶의 주인이라면 자신의 삶을 그 누구와의 삶과도 비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누구의 눈길도 말도 주장도 내 삶을 침범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붓다가 일찍이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외칠 때의 경지입니다. 이는 굳이 붓다만이 이룰 수 있는 경지는 아닙니다, 누구든 자기 삶의 주인이 되면 자연스레 도달하는 경지입니다. 다음 시는 자신이 삶의 객체가 아니라, 삶의 주체로 우뚝 선 한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잘 그리고 있습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작가 미상)

낙관주의

낙관주의자는 어디서나 푸른 신호등을 보고,

비관주의자는 어디서나 빨간색 정지 신호를 보지만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색맹이다. - 아인슈타인

지금까지 세상을 살면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남녀 성별 지위 경제력 등 삶의 다른 모든 조건들과 무관하게 행복은 오직 자신의 삶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불행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비관주의자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행복의 조건이라고 이름붙인 것들을 거의 가지지 못 해도, 여전히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김없이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큰 낙관적인 삶의 자세를 지니고 있습니다. 삶의 조건이 열악할수록 삶을 더 낙관적 시각으로 바꾸어 바라볼 수 있는 '낙관주의'라는 더 강력한 연금술이 필요합니다. 낙관주의는 단순히 삶을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낙관주의는 가장 성숙하고 심오한 삶의 지혜를 터득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도의 정신경지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좁은 소견을 극복하고 저 공평무사한 우주에 나의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겸허하게 살아가는 당당한 삶의 몸짓입니다. 때때로 지적이고 통쾌하고 예리해 보이는 비관주의는 실상은 인격의 미성숙이요 어리석음입니다. 남 보기에 아무리 똑똑하고 유식해 보인다 해도, 스스로 불행하고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한다면 그는 실제로 가장 어리석은 자인 셈이지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낙관주의자는 예수와 석가였음을 경전을 읽으면서 수시로 확인합니다. 그들은 아무 가진 것이 없이도, 어떤 수모를 당해도 늘 지극한 행복 상태에 머물렀던 사람들입니다. 혹 지금 당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다른 무언가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낙관주의자로 선포하십시오. 행운이던 불운이던 모두 긍정하고 수용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십시오. 설령 당신의 삶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불행이 다가와도 "그럴 수도 있어. 차라리 잘 된 일이다.'라던가 '불행 중 참 다행한 일이다."라고 말하십시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듣고 보게 되는 그 엄청난 삶의 질곡들이 나에게도 드디어 왔구나하고 수용하십시오. 지금까지 나에게 용케 나타나지 않았던 일들이 예외 없이 나에게도 다가오는구나하고 담담히 받아들이십시오. 어떤 사람을 만나던 그의 장점을 볼 줄 알고, 어떤 일에서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면 저는 누군들 스승으로 모시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서양의 위대한 선사 아인슈타인의 재치 있는 말처럼 스스로 자청해서 모든 것을 푸르게 바라보는 색맹이야말로 진정한 현인의 눈입니다. 결국 완벽한 낙관주의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할 최고의 정신경지입니다.(수연)

힘들면 쉬어가구려 

우리 살아가는 길 위에서

즐겁고, 기쁜 일을 만나게 되면

가슴 뿌듯한 행복을 느끼게 된다.

길을 가다가

눈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에게서

늘, 새로움의

생동감을 얻음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날마다 즐거움을 만날 수 없고,

눈에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다 생동감 넘치는 행복일 수는 없다.

순탄한 길이 어디 있던가.

가다보면 때론,

힘든 고갯마루에 앉아

눈물을 흘릴 때도 있는 법이다.

까닭 모를 서러움에

목이 메는 것은 육신이 지쳐 있어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힘들땐 쉬어 가세요"

쉼터에 앉아

눈물을 흠쳐내고 나면

움쿠려 닫힌 마음은 크게 열리고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움의 길이 보인다.

인생은 쉼이다.

가끔은

지금 그 자리에 앉아 쉬며

온 길을 돌아 볼 일이다

발아래 까마득한 저 길

많이도 오지 않았는가

내가 온 길 위에

진리가 있었음을 알겠는가

그러기에,

즐거움만 찾지 말고

불행까지도 사랑해야 한다

   

아픈 눈물을 닦은 후에야

문득, 새로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고 눈을 크게 뜨라

행복은 닫힌 마음안에

고스란히 숨어 있을 뿐이다.

눈물을 거두고 마음을 열어라

아직도 갈길은 멀지만, 시간은 짧다.

남은 길...

어찌가면 좋을지 보이지 않는가.           

-좋은글 중에서-     

 

대한적십자사 010-2770-0577http://cafe.naver.com/sundocham구름같은 마음과 달같은 성품으로

12월의 마지막 주

올해도 또 이렇게 지나가나 봅니다. 몇 일 남아있지 않은 달력의 날짜들이 쓸쓸하게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며 그 많은 소중한 시간들을 다 보냈는지 다그치는 듯합니다. 기쁨, 슬픔, 행복, 고뇌, 편안, 불안, 여유, 서두름, 후회 등 이런 것들이 그 지나간 시간의 빈 공간을 메우고 있겠지요. 그냥 이렇게 살면 되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 나의 삶 또한 마냥 흘러가니까요. 그 유유한 흐름에 그냥 실려 갈 뿐 난들 어찌하겠습니까? 시간도 세상도 ‘나’도 붙들지 말고 그냥 같이 더불어 흘러가면 되는 것이지요. 가끔 그 흘러감을 고요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으면 참 다행이고요. 그러다 보면 또 언젠가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지금 같이 빡빡한 시대에 아직도 이렇게 내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참 대단한 것 아닌가요? 그저 감사하며 허허 웃습니다. 올 한 해 동안 분투한 내 몸과 마음과 영혼에게 따사로운 미소를 보냅니다. (수연)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대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오세영의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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