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실

한글전용의 허와 실

한글전용이란 모든 글자를 한글로만 쓰는 것을 말하는가? 아니면 뜻 자체도 순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말인가? 아리송하다.


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560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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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마디 지독(至毒)하다는 말은 어떤 상태가 독(毒)에 이를(至) 정도로 아주 심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감기(感氣)라는 말은 차가운 기운(氣)을 슬쩍 느끼기(感)만 해도 걸리는 병이라 해서 붙여진 말이다. 고생은 어렵고 힘든 경험이 곧 쓴(苦) 인생살이(生)이기에 고생(苦生)이라고 했다. 하지만 요즈음 이 구절을 “至毒한 感氣로 苦生했다”고 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런 말들은 이미 우리말로 토착돼 굳이 한자로 표시할 필요도 없고 한자어라고 하기도 어색하다. 단지 그 본디가 한자어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할 따름이다.

“기분은 괜찮다.”라는 구절에서도 기분(氣分)이 한자의 뿌리를 갖고 있다. ‘기운 기(氣)’자는 이렇게 감기나 기분 같은 말의 뿌리가 되었지만 그 자체로도 기(氣)가 차다, 기(氣)가 막히다, 기(氣)가 꺾이다, 기(氣)가 죽다, 기(氣)가 살다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렇게 우리말 속에 일찍부터 기(氣)가 담겨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오늘날 왜 많은 사람들이 기(氣)에 심취하고자 기(氣)를 쓰는지도 알 듯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괜찮다’는 말에 숨어 있는 한자를 찾아내는 일이다. ‘괜찮다’라고 세 마디소리(三音節)로 줄어 든 이 말의 어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괜치 않다, 괜치 아니하다, 괜ㅎ지 아니하다......’ 등으로 밝혀지고 마지막에는 ‘관계(關係)하지 아니하다’라는 한자어가 담긴 본디 말을 찾게 된다. 어떤 일이 나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데서 ‘괜찮다’라는 표현이 생긴 것이다. ‘귀(貴)하지 아니하다’가 줄어서 ‘귀찮다’가 된 것이나 ‘공연(空然)히’가 줄어서 ‘괜히’가 된 것이 그것이다. 오늘날 ‘괜찮다, 귀찮다, 괜히’ 같은 말이 우리말이 아니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많은 우리말이 한자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생의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다.”에서 동생도 같은(同) 부모에게서 낳았다고(生) 해서 동생(同生)이다. 예사(例事)롭다, 이상(異狀 또는 異常)하다도 한자어다. ‘조용하다’는 말도 원래 ‘종용(從容)하다’가 변한 것이다. 겉으로는 안 보이지만 한자어가 우리말 속에 ‘조용히’ 들어와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굳건(健)하다, 익숙(熟)하다, 말쑥(淑)하다, 얄팍(薄)하다, 멀쩡(淨)하다, 스산(酸)하다, 썰렁(凉)하다, 두둑(篤)하다, 착(?)하다, 성(成)하다, 환(煥)하다, 용(靈)하다 등 무수히 많다.

‘나사(螺絲)’라는 말이 한자어라는 것은 모르더라도 영어나 불어라고는 하지 말아야겠다.

물론 ‘분명히, 도저히, 심지어, 대체, 도대체, 대관절’같은 부사도 한글로 정착된 말이지만 그 어원은 ‘勿論(물론), 分明(분명)히, 到底(도저)히, 甚至於(심지어), 大體(대체), 都大體(도대체), 大關節(대관절)’이다.

우리말이 본래 한자어라고 해서 반드시 한자로 적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 아니고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많은 ‘우리말’ 속에 한자어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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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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