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歸路에서 9
겨울산은 늘
제 속살을 가감없이 보여 주고 있었다.
난 그저 고개만 주억거릴 뿐
산에게 별 할 말이 없었다.
차창으로 하나씩 읽어내려 가는 문장의 모서리에서
차가 기우뚱거리자
겨울산도 덩달아 기우뚱거렸다.
물론 내 비만인 몸통도 잠시 중심을 잃었다.
언제부터인가 차만 타면 꾸벅꾸벅 졸던
사내가 생각났다.
우연히 바라본 옆 모습이 갑자기 늙어 보였다.
그의 눈에도 내가 늙어 보였겠지.
기우뚱거리며 견뎌 온 생도 늙고
허둥대며 살아 온 생도 늙는다는 것.
기우뚱과 허둥의 차이를 잠시 생각하다가
가감없이 보여주는 겨울산의 내부는
아름다운데
가감없이 보여주는 사내의 시詩는
왜 아름답지 못할까
생각하다가 다시 꾸벅꾸벅 졸았다.
병든 닭 처럼이라고 쓰면
좀 진부하긴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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