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조직의 쓴맛 !

사람의 피는 뼈에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선생님을 뵙지 못하는 이 그리움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

신일고등학교를 94년도 2월에 졸업한 이철성입니다.

너무도 오랜 시간이라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군복무를 마치고 인사를 드릴 때가 아마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학교에서 뵙던 때 같습니다. 

 

공부는 참으로 싫어해서, 수업시간에는 항상 먼 산만 바라보곤 했지요… ㅋㄷㅋㄷ

하필 그 산이 인수봉이었지 무엡니까 ?

대학교를 졸업하고, 등산학교에서 암벽과 빙벽등반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평일에는 몸담은 회사에 있는지라… 토요일과 주일에 하루도 쉼 없이 꾸준히 활동을 해 왔으며, 매 기수마다 졸업등반을 위해 학생들 이끌고 인수봉 정상에서 신일고등학교를 보며 권상호 선생님께 항상 감사의 인사를 올리곤 하였는데, 들리시던지요 ?

겨울에는 강원도 골짜기를 지나, 빙벽과 빙폭이 우거진 숲속에서 고드름 맛을 보느라 잠시 인사드림을 게을리는 하였지만, 봄부터 초겨울까지는 꾸준히 찾아 뵈었습니다.

 

고등학교시절, 선생님께서 지도하시는 문학수업은 참으로 맛깔나게 이야기 해 주셔서, 생각하는 습관을 많이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공부가 인생의 다가 아니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설파하시면서도, 지금의 학생의 때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도 잊지 말라는 엄마의 역할(잔소리)도 톡톡히 하셨음에도 불구, 저는 항상 선생님의 첫 소절만 깊이 듣느라, 뒷 부분의 말씀을 못 듣는 어리석음으로 체력만 튼튼해지는 기이한 현상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시절로 돌아가, 맘껏 공부하고 싶지만, 이미 지나간 세월… 어느덧 서른이 되었습니다.

편식의 결과를 당연히 받아들이면서도, 항상 학생편에서 좋은 말씀도 해 주셨던 그 때가 그리워집니다.

 

선생님 건강하시지요 ?

많이 뵙고 싶습니다.

어느 덧 선생님께 인사를 못 올린지 5년이 넘어갑니다.

앞으로는 선생님께 인사드리는 모습을 자주 보이겠습니다.

때로는 인터넷이 그리움을 빨리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우체부 아저씨가 되어줌에 감사해야 함을 느끼곤 합니다. 이 녀석이 아니면 그 누가 저의 이 편지를 선생님께 빨리 부쳐 줄 수 있겠습니까 ?

 

현재에 계시면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시는 선생님의 그칠 줄 모르는 노력은 항상 존경의 대상으로 군림하고 계시지만, 게을러지는 제 마음을 다잡는 채찍질과 같은 표본이시곤 합니다.

현재 철성이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나중에 하셨던 말씀(학생의 때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혜도 잊지 말라)을 쫓아서 살아가기 위해 늦은 만학의 나이에 접어들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서 말이죠... 우열반 편성중, 우등생이 너무도 많은 한국반으로의 행보는 그만... 밀려서 지금은 바다 건너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어도 찾아뵙지 못한 저를 따끔하게 혼내주셔도 당연 감사히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지만, 그나마 늦은 나이에 철이 들어 공부하려는 제자의 자세를 보아 이번 회초리는 다음 기회로 넘겨주심이 어떠하오실는지요 ???

한국에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듯 싶지만, 도착하면 꼭 인사올리겠습니다.

 

결혼한 딸, 친정오는 날은 가져갈 무언가가 없을까 하며 친정부모님 속 태우는 날이라고 하는데, 저도 별반 다를게 없는지, 선생님의 활력넘치시는 생활과, 젊은이 못지 않는 활동 및 부지런함을 이 두 눈에 꼭꼭 담아 이만 자리를 고쳐 앉겠습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꼭 선생님께도 힘이 되는 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조직에서 제자가 안부인사를 너무도 오랫동안 드리지 않았던 죄는 어떻게 다스림을 받아야 하는지요 ?

달게 받겠습니다.

조직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한국 우등반으로의 진입을 위해 여기서 더더욱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 뒤에 찾아뵐 때는 그리움 함박 담아 꼭 안아드리고 싶습니다. 여기서는 이럴 때, '아이 러브 유'라는 표현을 쓴다고 합니다.

  

이철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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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군복을 입고 교무실에 나타난
늠름한 철성이가
산사람으로 변한 모습에
감동, 또 감동.

그래 무엇이든 좋다.
부지런함 앞에서는......

개인전 준비로 너무 바쁜 나머지
이제야 네 메일을 접했구나.
종일 예술의전당을 헤매느라 피곤했는데
이 한통의 기다란 사연이
나의 피곤을 싹 씻어 주는구나.

미국인지, 호주인지, 뉴질랜드인지, 필리핀인지는 몰라도
Thank you!
권상호
철성아, 어느 날 갑자기 내 눈 앞에 놓여진 오리털 이불 하나...
네가 원하던 그곳이 호주임을 이제사 알았다.
내가 독수리라면 너에게 창공을 주고
내가 꽃이라면 너에게 향기를 주고
내가 물고기라면 너에게 물을 줄텐데
나는 네 선생이므로 이런 사랑과 가르침 밖에 줄 게 없구나.
힘 내라, 힘.! 철성아.
권상호
6/42 Swan Ave. Strathfield N.S.W. 2135 AUSTRALIA
CHUL LEE
- Wool blanket 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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