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위험한 식사 / 최문자

위험한 식사 / 최문자

 -실의 하루 2



무서운 일이다

50년 이상

매일 매 끼니

저 불량한 밥을 위하여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세상에다, 끝도 모서리도 없는 둥근 밥상 하나 차리는 노동

거품 물듯 흰 밥알 한 입 물 때마다

이빨과 이빨 사이에서 와와, 흩어지던 으깨진 희망

산다는 건

세상이 나를 질겅질겅 밟고 지나가는 말발굽 같은 식사

산다는 건

아주 벙어리인 나로 깔릴 때까지

밥상 하나 차리며, 밥상이 나를 차리며

서로 반질반질하게 길들이는 노동



무서운 일이다

50년 넘게

매일 매 끼니 밥을 이기며

아슬아슬하게 먹어치우는 위험한 식사

저 불량한 칼 같은 밥을 먹기 위하여

꼭두새벽

나는 숟가락 하나 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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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의천 김민홍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시를 읽으니, 왠지 우울해집니다.
산다는 것의 참 의미는
노동, 밥, 희망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