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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

알콜

 

 

 

  평소엔 얌전할 정도로 말이 없다가 술만 들어가면 활달해지고 정도가 좀 지나면 눈빛이 불량해지고 아무하고나 싸움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거의 중독성에 가까워 하루도 술을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무대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키타리스트를 알고 있다. 한때 잠시 공중파에서 반짝였던 사내, 그는 이미 제 목소리를 잃어 노래는 거의 공해 수준이지만 아직 술이 좀 들어가면 키타 솜씨는 비교적 녹슬지 않아 나름대로 멋진 연주를 하곤 한다. 허나 그의 주사 때문에 무대에 초대하기가 망설여진다. 요즘은 거의 연락도 없이 지낸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필자로선 그들을 깊이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다. 술꾼은 술꾼만이 이해할 지 모른다. 하지만 술이 들어가야 예술을 할 수 있다거나, 자신들의 허약한 부분을 술기운으로 메꾸려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겁해 보인다.

  두주불사의 경지에 이르렀음에도 전혀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확실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예술가를 알고 있다. 그를 보면 그야말로 술은 어떻게 마셔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즐겨야하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술에 취한 그의 옆에 맨정신으로 앉아 있어도 저절로 술기운이 오르고 흥그럽다. 어제 저녁 필자는 집에 아이가 대학생 선생한테 수학을 과외를 받고 있는 날이라 퇴근 후 거리를 헤매다가 혼자 삼계탕집에 들어갔다. 삼계탕을 한 그릇씩 먹으며 술이 거나하게 오른 한 아줌마가 앞에 남편으로는 보이지 않는 중년의 사내를 놓고 일장 인생을 훈계하고 있었다. 목소리가 너무 크고 말하는 내용이 너무 뻔뻔해서 그냥 나올까 하다 먹다 만 삼계탕이 아까워서 다 비우는 동안 억울하게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며칠 전에는 필자가 좋아하는 참치 생각이 나서 또 혼자 참치집에 큰 맘 먹고 들어가서 스탠드에 앉아 참치를 먹는 동안 술에 취한 한 중년의 사내가 아내인 듯한 여자와 아내의 친구인 듯한 여자를 옆에 놓고 하염없이 떠들어 대고 있었다. 억지로 귀에 들리는 내용도 너무 가관이라 먹던 참치가 잘 소화가 될 지 염려가 될 정도였으나 모처럼만에 비싼 참치를 중간에 포기할 수 없어 다 먹고 나왔다. 어김없이 그 이튿날 설사로 고생했지만. 이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식당에 가기도 피곤하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식당이 그나마 음식에 실망을 주지 않으니 참 저녁 한끼 먹으러 가기도 필자에겐 스트레스가 되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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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귀가 크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