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쑥스러운 뉴스 - 대전에 또 오자 시비

한학자가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살펴 보니 … [중앙일보]
`한문 뜻 모른 채 글자 베껴
오자 … 문법 오류 수두룩`
올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작 가운데 10여 점의 글자나 내용이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법에 맞지 않게 내용을 쓴 작품도 세 점이나 됐다. 작가의 이름 없이 호(號)만 기록한 작품, 유명 한시.문장을 인용하고도 누구의 작품이란 표기가 없는 등 상식 밖의 작품도 많았다.

이 같은 사실은 한학자 윤의원씨가 '2006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상작 도록'을 보고 발견했다. 한국미술협회(이사장 하철경)가 주최하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운영위원회(위원장 오명섭)가 주관한 올 미술대전에는 모두 1983점이 응모해 대통령상 1점, 미협이사장상 3점, 특선 114점, 입선 342점 등 총 460점이 입상했다. 대통령상을 수여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의 수상작에 오자와 틀린 글이 나왔다는 것은 심사체계의 허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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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가 발견한 잘못은 조금만 눈여겨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특선을 받은 K씨의 작품은 진화 선생의 시(칠언절구)를 쓴 것이다. 그 가운데 '작시역시방진흥(作時亦是妨眞興)'에서 '時'자는 '詩'자로 써야 맞다. 작시(作詩)는 '시를 짓는다'는 뜻이다.

또 다른 특선작인 보우 선사의 시 중에서 '명사십리(鳴沙十里)'의 첫 자는 '鳴'이 아닌 '明'이 맞다. 역시 특선작인 고봉 선생 시에서 '석(釋)'자의 변은 '米'변으로 잘못 쓴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한문을 모르는 응모자들이 무조건 글자만 베껴 쓰는 바람에 빚어진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한문 공부가 부족한 응모자가 서첩을 보면서 글자의 모양새만 재생하는 훈련을 해 뜻이 통하는지는 챙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기가 쓴 글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어떤 사상과 정취를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데서 생긴 웃지 못할 일이다. 윤씨는 "한문으로 시를 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조가 지은 글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림 그리듯 글씨 모양만 흉내내는 관행이 미술대전을 촌극으로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사태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윤씨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인 24회 미술대전 때도 우수상과 특선 등 6점, 2003년 22회에서도 특선과 입선 10여 점에서 틀린 대목이 있었다. 해마다 잘못 쓴 수상작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심사가 점차 허술해진다는 의미도 된다. 심사위원들이 오자를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에선 심사비리 가능성까지 지적한다. 서예계의 한 인사는 "심사위원 가운데 응모자의 스승이 끼여 있을 경우 오자가 있어도 그냥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올 서예부문 한문 1차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임춘식씨는 "심사 과정에서 틀린 글자는 보지 않았고 낙관은 가려서 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수상작을 고르고 난 뒤 한학자가 검수하는 과정에서 양이 많다 보니 제대로 거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숙 기자

 
2006.05.16 04:46 입력 / 2006.05.16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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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繞檻爐煙學細雲。酒醒愁重兩眉春。鶯驚雨脚斜穿院。蜂把花心嬾避人。


滿樹春紅泣露華。映門垂柳欲藏鴉。作詩亦是妨眞興。閑看東風掃落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