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미술대전’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른 ‘미술대전’

지난해 치러진 제2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둘러싸고 최근 부정의혹이 제기되는 등 한국미술협회(미협)가 주최하는 미술대전에 대한 해묵은 시비가 또 불거지고 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은 1949년 시작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후신으로 정부가 운영해왔으나 1982년부터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거쳐 1989년부터 한국미술협회에 운영이 이관됐고 이름도 바뀌었다.

미술대전에는 매년 1억-1억2천만 원의 문예진흥기금이 지원돼왔고 운영자금 10억원 가량이 적립된 상태나 매년 심사 과정과 수상자 선정을 둘러싸고 지연, 학연, 인맥에 치우쳐 수상자를 선정하고 금품이 오간다는 잡음은 그치지 않았다.

내용 면에서도 미술계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미술대전식' 작품만 수상하고 가장 시비가 잦은 서예나 문인화 등에는 틀린 글씨를 쓴 작품이 상을 받는 촌극이 벌어지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특히 미술대전을 운영하는 한국미술협회의 집행부가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구성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이권을 챙기는 힘있는 자리라고 인식되면서 3년마다 있는 미술협회 이사장 선거 때는 수십 억 원대의 선거자금을 사용한다는 소문까지 제기됐고 늘 소란스러웠다.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크고 작은 미술공모전은 약 600개. 한때는 그 가운데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인식됐던 미술대전의 권위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다.

오히려 신인 미술작가로 등단하려는 작가 지망생들은 매번 터져나오는 잡음에 미술대전 응모를 꺼리고 이미 상을 받은 작가들은 수상의 명예마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를 겪고 있다.

미협은 2005년부터는 기존의 대상 대신 국전 시절의 대통령상을 부활해 상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미협은 비구상, 서예, 문인화를 봄전시인 1부로, 구상, 공예, 디자인을 가을전시인 2부로 나눠 1부와 2부에 각각 대통령상을 1점씩 선정하고 국무총리상과 문화관광부 장관상, 미협이사장상, 특선, 입선, 본상 수십점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이달 7일 실시된 미협 신임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부터 현 미협 집행부 출신인 노재순씨와 서양화가 김일해씨 등 두 후보가 출마해 경선하는 과정에서 미술대전의 부정 의혹이 제기되면서 미술대전 잡음은 또 터져나왔다.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은 지난해 가을전시 구상부문 심사에서 낙선된 작품 2-3점이 특선으로 둔갑했고, 봄 전시 문인화 부문에서는 출품작의 15% 만 입상시켜야하는 운영규정을 무시하고 입상작이 남발됐다는 것.

1차 심사에서 낙선한 작품이 심사위원 전원의 동의도 없이 입선작 명단에 끼어들고 결국 특선까지 차지한 것은 현 집행부의 개입 때문이라는 주장이지만 현 집행부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미술대전을 둘러싼 의혹에 곁들여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 지지표를 확보하기 위해 자격 미달자를 회원으로 가입시켰다는 시비까지 이어지면서 미협을 보는 미술계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2005년 대통령상 부활 방침이 발표된 후 미술계에서는 이를 조롱해 '내가 죽도록 받고 싶은 대통령상'이라는 제목의 안티 대통령상 전시마저 열렸다.

전국의 미협 회원은 약 2만3천여명, 이 가운데 회비를 완납해 이번 이사장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회원은 1만1천여명이고 이 가운데 8천105명이 선거에 참여했다. 그러나 상당수 미술인들은 "내가 미협 회원인지 몰랐다", "한번도 회비를 내 본 적 없다"며 미협 활동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2월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미협 집행부가 미술대전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가 관심이다.

제21대 이사장으로 당선된 노재순씨는 당선소감을 통해 "미술대전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이사장 스스로 운영위원에서 빠지겠다"며 "미술대전 운영을 위해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철저한 검증을 거쳐 수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조만간 원로화가들로 구성된 미협 고문들을 초청해 미술대전 개선을 위한 조언을 듣고 1월 중에는 공청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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