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협회

미술계, 미협 문제 놓고 자기 얼굴에 '먹칠'

미술계, 미협 문제 놓고 자기 얼굴에 `먹칠` [중앙일보]
미협정화추진위원회 `현 집행부 비리 고발`
미협 측 `지지 후보 떨어지자 시비거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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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협정화추진위원회가 16일 마련한 기자회견장에서 한 미협 회원이 정화추진위 김기철 위원장(左)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안성식 기자]
"누가 누구를 정화해?" "당신도 상대편 후보 지지했잖아!"

미협정화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마련한 16일 기자회견장은 추진위 회원과 한국미술협회(이하 미협) 측 인사들의 상호 비방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추진위는 미협의 비리 척결을 명분으로 미협 회원 30~40명이 참여해 14일 결성한 단체다. 위원장을 맡은 김기철(한국화가.59)씨가 이날 성명을 발표하며 회견을 시작했다. 그는 "그동안 소문만 떠돌던 현 집행부 3년간의 비리가 모두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2만여 회원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환골탈태하는 마음으로 비리를 끊어버리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일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미협 측에 ▶집행부가 모든 비리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발송할 것 ▶비리회원은 임원진에서 제외할 것 등을 요구했다. 관철되지 않을 경우 미술대전 폐쇄운동, 미협회원 탈퇴운동을 벌이겠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구속력 있는 내용은 별로 없었다. 7일 실시된 신임 이사장 선거의 무효 소송에 대해서는 민사 문제로 추진위가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고 물러섰다. 미술대전 비리를 "이미 수사 의뢰했다"고 했지만 "세부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사태는 그 다음에 불거졌다. 미협의 각 분과소속이라는 일부 참가자가 추진위 측을 강도 높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정화는 무슨 정화냐. 당신이 이번 이사장 선거에서 김일해 후보를 지지하다 낙선하니 시비를 거는 것 아니냐" "선거운동을 지원하며 한 자리 요청했다고 하던데, 맞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자 김씨는 "중앙대 미대 동문회장으로서 후보 측에 '우리 중앙대에 어떤 배려를 해줄 거냐'고 의견을 타진했다"며 "그게 죄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정화 대상으로 지목된 미협이나 정화를 하겠다고 나선 모두의 수준을 의심케 하는 장면이 1시간여 이어졌다.

3년마다 치러지는 미협 이사장 선거는 금품 수수, 미술대전 심사 시비 등으로 선거 때마다 홍역을 앓아왔다. 미협 집행부는 미술대전의 운영.심사위원을 임명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심사 때마다 학연.지연.인맥에 따른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일 치러진 21대 미협 이사장 선거에서도 역시 지난해 미술대전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문인화 부문에서 출품작의 15%로 제한된 수상작 운영 규정을 무시한 채 상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미협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했지만 문제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미협 사무처장은 이 문제로 16일 경찰청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협의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 제도에서는 개혁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3년 전 '예술인 자정 NGO'라는 기구를 만들고 미술계 비리 척결 운동을 벌인 한국화가 강행원씨는 "미전 말고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통로는 얼마든지 있는데 미전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미전은 일본이 전후 예술을 제도권 맘대로 하려는 취지에서 만든 제도로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희대 미대 최병식 교수도 "미술대전이 각종 잡음에서 벗어나는 길은 미협의 지휘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협은 2만5000명 미술인 회원을 위한 권익단체다. 그런데 지금은 각종 비리와 상호 비방에 누더기 신세로 전락했다. "스타 작가를 제외한 미술인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이중섭 위작 사건에 대한 의견을 천명하는 등 미술계 현안에 앞장서는 권위를 제발 보여달라"는 원로 미술평론가 이규일씨의 말을 귀담아들을 때가 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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