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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브랜드 이야기 – 미아리 텍사스촌

이색적인 브랜드 이야기 미아리 텍사스촌  Branding  2005/06/16 20:31<?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http://blog.naver.com/yw_pyo/40014237542

 

9월 초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2002년도 전국 성매매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는 성매매업소의 수는 8만여 개에 이르며, 여성종사자의 수도 33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성매매 거래량은 연간 1 6 884만 건으로 그에 따른 매출규모만도 24 1 163억 원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성매매가 전국적으로 횡행하고 있을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하나의 핵심주제이다.

 

최근 여성부가 발표한 ‘성매매 실태 및 경제 규모에 관한 전국 조사’에 의하면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창가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한다. 사실 “미아리 텍사스촌”은 군소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군락지로서 그 크기만 하더라도 10만여㎡( 3만평)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한 지역에 이른다. 공식적인 통계에 따르면 현재 500여 개 업소 중에서 1 79개 업소만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종사 여성수만 하더라도 8 22명으로 조사된 전국 69곳의 전업(專業)형 성매매 집결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모두가 주지하듯이 “미아리 텍사스촌”의 주요 사업영역은 매매춘(賣買春)이다. 오늘날 매매춘은 윤락과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윤락은 ‘불특정인을 상대로 금품이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목적으로 성행위를 하는 것(윤락행위 등 방지법)’인 반면 매매춘(賣買春)은 ‘성적 서비스를 상품으로 하는 거래 행위’를 뜻한다. 여기서 성적 서비스란 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성적인 쾌락을 얻게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러한 의미를 가지는 매매춘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반대급부를 기대하고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매춘(賣春)이라고 하는 반면 ‘반대급부를 지불하고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을 매춘(買春)이라고 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매춘이라고 하는 것은 전자의 경우, 즉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것은 매매춘의 경우 성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공급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려는 의식이 강한 탓에서 비롯된다. 보통의 경우 매춘의 대상이 되는 성적 서비스는 성기관(sexual organ)을 사용하는 구체적 성관계로 이루어지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쌍방의 성기결합이 아닌 어느 일방의 성기관에 대한 자극을 통해서 성적 쾌감을 얻게 하는 행위로도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매춘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놀라운 사실은 성경에서도 이러한 매춘의 사례가 나올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서슬이 시퍼랬던 소련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도 음성적으로 매춘이 존재했을 정도라고 하니 아마도 인류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매춘이 근절되기란 쉽지 않을 듯하다. 그 이유는 인류의 역사가 바로 성적인 힘의 역사라고 하는 여러 학자들의 주장에서 기인하고 있다.

사실 매춘의 기원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상이하다. 예를 들어, ‘남성=정신=서방’을 ‘높은 역사적 발전단계’ 그리고 ‘여성=자연=동방’을 ‘낮은 역사적 발전단계’로 정의한 ‘바흐오펜Johan Jakob Bachofen’에 의하면 처음 사회조직이 성립될 당시 인류가 모권제였으나 사회가 역사적으로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서양문화가 동양문화에 비해 우수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그 결과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가 가속화되어 남성이 지배권을 획득하게 되면서 매춘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반면 ‘모간Lewis Henry Morgan’은 초기에 자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자연적 우월상이 여성의 우월성으로 인정되다가 점차 인간이 아버지와 자식의 생리적 연결관계를 알게 됨에 따라, 그리고 사유재산의 발생으로 인해 재산의 획득과 축적에 보다 능할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강인한 남성의 지배력이 증대됨에 따라 모권이 부권의 우월성으로 대치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로 인해 남녀간에는 성차별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매춘은 이러한 남녀차별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엥겔스Fredrich Engles’의 경우도 이러한 ‘모간’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는데, 그는 남성 노동의 중요성이 차츰 증대됨에 따라 모권제가 부권제로 이행하면서 사유재산의 발달을 가져왔는데 매춘은 이러한 사유재산이 중시되는 사회의 한 특성으로 탄생한 결과라고 하였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사회적 규범과 가치관이 다르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기 때문에 매춘의 정의 또한 하나로 통일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일본 『매춘방지법』은 “매춘이란 대가를 받거나 받기로 약속을 하고 불특정의 상대방과 성교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는 반면, 사회사업사전(The Social Work Dictionary)의 경우는 “매춘이란 돈이나 다른 이익과의 교환을 목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성접촉을 통해 자신을 제공하는 불법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한편 개념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가장 포괄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매춘의 정의는 20세기 초기에 “이반 블로흐(Iwan Bloch)”가 주창한 개념이다. 그는 “다소 음탕하다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혼외성관계의 특이한 형태로서, 대개는 대가를 수반할 뿐만 아니라 성교나 다른 형태의 성적 행동과 유혹을 목적으로 하는 전문적인 거래의 한 형태”라고 매춘을 정의하였다. 간단히 말해서, 매춘이란 ‘대가성을 띠는 혼외성관계’인 것이다.

 

이러한 정의를 적용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매춘이 각 지방 소도시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서나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의 경우 “미아리 텍사스촌”, “용산 텍사스촌”, “영등포 텍사스촌” 그리고 “청량리 588”이 대표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이들 각각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성매매 집결지가 ‘텍사스촌’으로 불리고 있는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80~90년대 TV에서 방영했던 미국 서부영화에서 흔히 보았듯이 영화의 주요무대가 되었던 텍사스 지방의 유흥문화가 주로 1층 바(bar)에서 술을 마신 후 술집여자들과 2층의 방으로 올라가 섹스를 즐기는 것이었다.

이러한 유흥문화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시기는 6.25전쟁 이후 한국의 방위를 위해 배치된 수많은 미군들에 의해서이다. 그 당시는 미국의 남부 경제가 매우 어려웠을 때였기 때문에 많은 건장한 미국인들이 군대에 자원입대 하던 시절이었다. 따라서 그러한 군인들이 한국으로 배치되면서 텍사스 지방의 유흥문화가 미군부대 주위에서 형성되었는데, 그 결과로 서부영화에서처럼 ‘술도 마시고 매매춘을 할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로 매매춘 업소들을 지칭하여 “텍사스촌”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함부르크에서 먹는 음식의 한 종류가 햄버거(함부르크에서 유래된 말)라는 특정한 종류의 음식으로 지칭되는 것과 마찬가지 경우이다.

 

둘째, 텍사스에는 미국 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부대들이 다수 위치하고 있는데, 6.25전쟁 이후 한국에 파견된 대부분의 미군들이 여기 출신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군부대 주위에서 그들을 상대로 매춘영업을 하던 업소들의 군락을 자연스럽게 텍사스촌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지금도 주한 미군 중 절반 정도는 텍사스 지역의 부대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미군들이 텍사스로부터 온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 인력자료센터(the Defense ManPower Data Center)에 따르면 텍사스 지역에서 상주하는 군인의 수는 10 3천여 명 그리고 민간인 고용자 수는 7 2천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부대인 Killeens Fort Hood는 군인과 민간인 고용자를 합해 4 5천여 명이나 될 뿐만 아니라 동쪽 게이트에서 서쪽 게이트까지 차를 타고 움직이게 되면 6시간이나 걸릴 정도라고 한다.

 

셋째,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내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으로 배치된 미군들을 대상으로 외화벌이의 한 수단으로 매춘이 장려되었을 당시(실제로 70년대 접어들면서 군사독재정권은 산업화를 향한 중단 없는 행보를 내디디기 위해 외화벌이가 절실했다. 따라서 경제개발의 일환으로 ‘잘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미군대상의 매춘을 긍정적으로 홍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매춘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진정한 애국자라고 표현하면서 적극적으로 독려하였다) 아가씨들을 관리했던 마담들은 대부분 영어를 몰랐다. 그러나 한국에서 오랜 동안 상주한 일부 미군들의 경우 간단한 한국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일(?)을 마칠 무렵이면 마담들이 한국말로 “댁쐈수?”라고 물어보곤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댁쐈수?”라는 말이 영어의 “텍사스”와 발음이 비슷했기 때문에 매춘을 목적으로 하는 위락시설을 가리켜 “텍사스촌”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얘기가 한낱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낭설일수도 있겠지만 과거 지독히도 가난했던 한국경제의 황폐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해야 했고, 때로는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까지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한국의 매춘역사를 반추해 볼 때 “텍사스촌”이라는 용어에서 아직도 지난날의 아물지 않은 상흔을 보는 것 같아 왠지 씁쓸하기만 하다. 특히, 이러한 암울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 명품과 견주어도 품질 면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인 국산품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고가의 해외 브랜드에 대한 내국인의 소비는 꾸준히 증가일로에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될 때마다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기만 하다. 물론 가처분소득이 증가해 물질적 풍요를 구가할 수 있게 된 현대사회에서는 과거와 같이 고품질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감성적 가치를 강조하는 해외 브랜드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국내기업들의 올바른 인식과 철저한 이해가 전제될 필요가 있다.

 

어쨌든 앞서 밝혔듯이 “텍사스촌”으로 인식되고 있는 대표적 장소로는 ‘미아리’, ‘용산’, ‘영등포’ 그리고 ‘청량리’ 등이 있다. 이 중 유독 ‘청량리’의 경우만 “청량리 텍사스촌”이라고 부르지 않고 “청량리 588”로 불리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이 588번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것이라고 단정하지만 사실 행정구역상 전농2동에는 588번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불리는 이유는 과거 그곳에 588번 버스의 종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용산의 경우는 앞서 설명했듯이 그곳에 위치하고 있는 미군부대를 떠올리면 왜 “용산 텍사스촌”으로 불리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아리 근처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미군부대가 위치한 흔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미아리의 성매매 군락지를 “미아리 텍사스촌”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려면 먼저 “미아리 텍사스촌”의 유래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소멸되었지만 6.25전쟁이 끝난 후 50~60년대 서울역 앞에 위치한 양동 주변(남대문 힐튼호텔 주변)에는 대단위 사창가가 실제로 존재했었다. 여기에 이러한 곳이 생성된 배경에는 휴전 후에도 지속된 남북한 대치국면으로 인해 긴장감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한국의 방위력을 증강시키기 위해 일본 오끼나와에서 함선을 이용해 수많은 미군들을 부산으로 이송하였다. 부산에 도착한 미군들은 주로 휴전선과 수도권 일대로 배치되었는데, 이때 사용되었던 주요 교통수단이 철도였기 때문에 서울역과 가장 인접한 양동에 미군들을 상대로 외화벌이를 하는 사창가가 생겨난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70년대 초반으로 접어들면서 종교계, 민간단체, 여성계, 지역주민들이 서울역 앞에 사창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반발하여 정부에 철거를 위한 진정서를 끊임없이 제출했고, 정부 역시 그 지역의 재개발에 대해 충분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어 양동에 있는 사창가를 강제 철거하도록 명령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양동의 사창가는 없어지게 됐지만 그곳에 거주하던 대다수의 매매춘 종사자들은 미아리 지역으로 집단 이주하여 양동보다 더 큰 “미아리 텍사스촌”을 만들게 되었고, 일부는 강남의 주택가로 들어가 고급 룸살롱으로 변신하였다. 결국 정부의 정책적 대안이 없는 무조건적인 철거로 인해 매매춘은 더욱 확산되는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몇 년 전 발표된 킨제이 연구소The Kinsey Institute for Research in Sex, Gender, and Reproduction <섹스에 관한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남자 세 명 중 한 명이 평생 동안 한 명 이상의 매춘부와 섹스를 한다고 한다. 성문화가 비교적 개방된 미국의 경우치고는 상당히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한국 남자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과거 70~80년대만 하더라도 친구나 선배들이 군대에 가는 친구나 후배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돈을 걷어 “청량리 588”이나 “미아리 텍사스촌”에 보내주는 일이 당연시 된 적이 있었다. 소위 ‘딱지를 뗀다’는 이런 행위가 남자에게는 성인이 되는 일종의 관례와도 같은 일이었다.

 

특히 “미아리 텍사스촌”은 시간외 영업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술값 시비도 없으니까 특별한 일 이외에는 단속을 하기 힘들다. 이러한 이유로 “미아리 텍사스촌”은 88올림픽 이후 왕성하게 성장하였으나 그 이후 급속도로 쇠퇴하기 시작하여 주변에 대단위 공동주거시설이 들어선 지금은 예전에 비해 대단히 적은 수의 업소만이 영업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전히 “미아리 텍사스촌”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수요가 있으면 항상 공급이 있게 마련이라는 철저한 시장경제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미아리”라는 장소명이 공동 브랜드로 사용됨으로써 가질 수 있는 파워가 존재한다. 특정 장소명이 브랜드로 사용됨으로써 나름대로의 이미지를 형성할 경우 이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고착화를 가져온다. 만약 그렇게 형성된 이미지가 부정적인 경우에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에 의해 그 정도가 더욱 강화된다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미아리 텍사스촌”의 중심은 하월곡동임에도 불구하고 인근 미아8동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미아리 텍사스촌”이라는 잘못된 명칭 때문에 그 동안 윤락가에 산다는 오해는 물론 집 값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한다. 동명에 “미아”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으로도 집값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볼 때 그 파괴력이 매우 놀랍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도 민원 현장에서 주민들이 주위에 러브호텔이 들어서게 되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항의하는 대목과도 비교되는 일이다. 그러면 이러한 장소명이 공동 브랜드로 사용될 경우 그 파워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첫째, 규모의 경제로 인한 마케팅 비용의 절감이라는 효과이다. 일반적으로, 공동 브랜드는 단일산업 혹은 여러 산업에 속해 있는 다수의 기업들이 하나의 단일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광고 및 판촉에 소요되는 개별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로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구사하는 전략이다.

“미아리 텍사스촌”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업소들은 업종의 특성상 마케팅 비용을 집행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충분한 자금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미아리”라는 장소 브랜드가 가지는 단일 브랜드의 효과는 규모가 클수록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70년대 초반 양동에서 미아리로 대거 이주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미아리 텍사스촌”에 있는 모든 업소들은 자신의 개별적인 기업 브랜드를 추구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만약 업소들마다 개별적인 기업 브랜드를 도입하게 된다면 그 때부터는 공동 브랜드가 그 힘을 잃게 되는 동시에 개별 브랜드의 기능이 훨씬 강조되기 때문에 업소간에는 치열하고 소모적인 경쟁만이 남게 된다. 결국 “미아리 텍사스촌”의 규모는 브랜드 도입기에 신속한 시장진입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고정투자 및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둘째, 가격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미아리에서는 맥주로 간단한 입가심을 한 후에 서비스(?)를 받게 되면 현금으로는 6만원이고 카드로 결제할 경우 6 5천원에서 7만원을 지불하게 된다. 이러한 저렴한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모든 업소들이 공동 브랜드를 사용함으로 인해 별도의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요즘 성행하고 있는 경쟁업태인 안마시술소(터키탕)의 경우는 장소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간단한 마사지와 함께 서비스를 받게 되면 현금으로는 17만원이고 카드로는 19만원을 지불한다. 또한 단란주점이나 룸살롱의 경우 소위 2(?)를 가기 위해서는 먼저 고급양주를 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2차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도 30만원 대에 이르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미아리 텍사스촌”은 가격이라는 마케팅 믹스 측면에서 그 목표대상이 명확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업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부담도 적기 때문에 재정이 빈약한 대학생이나 직장 초년생들이 즐겨 찾고 있다. 결국 “미아리 텍사스촌”은 안마시술소, 단란주점, 그리고 룸살롱과 달리 철저히 저가의 브랜드로 포지셔닝함으로써 자신만의 고유한 세분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업소간 네트워크를 공고히 구축함으로써 충분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공동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기능이기도 하다.

 

셋째, 선택의 자유로움을 구가할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미아리 텍사스촌”에 있는 대부분의 업소들은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 업종과 달리 고유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간간히 이곳을 찾는 대다수의 고객들(구매빈도가 낮은 고객들)은 기억용이성이라는 브랜드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에 의존할 수 없으므로 특정 업소에 대해 충성도를 가지기란 어렵다. 그 이유는 업종의 특성상 모든 고객이 여성을 필요로 하는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객들은 특정 업소의 브랜드에 의존해 구매하기 보다는 미로같이 되어 있는 골목을 누비며 호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를 물색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진다. 그러다가 그러한 상대를 발견하게 되면 규모나 분위기 등과 같은 특정 점포의 속성과는 상관없이 호감이 가는 아가씨가 있는 업소를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미아리 텍사스촌”에서는 업소들의 경쟁력이 미모를 갖춘 아가씨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업소들은 이미지 쇄신을 위해 새로운 아가씨가 필요할 경우 근처에 있는 업소로부터 그 동안 아가씨가 진 빚을 탕감해 주면서까지 미모의 아가씨들을 스카웃하곤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업소들이 개별 브랜딩에 심혈을 기울이기 보다는 특정 기능에만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공동 브랜드의 사용은 업소의 전반적 관리에 요구되는 집중력 분산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아가씨의 자체적인 조달이라는 선순환 기능까지도 제공한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미아리 텍사스촌”에 있는 모든 업소들은 ‘미아리’라는 장소명을 공동 브랜드로 사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는데, 이는 인지도 증대 및 마케팅 비용의 절감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다 준다. 그 결과 동종의 타경쟁업태들에 비해 회상의 정도가 강할 뿐만 아니라 원가우위라는 전략적 이점도 향유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별적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이 급감하자 그 동안 서울 시내 ‘윤락 1번지’로 인식돼온 “미아리 텍사스촌”도 자체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관리에 나서기 시작하였다. 한창 때 5백여 개 업소에 이르던 이 곳이 하나 둘씩 폐업을 하고 이제는 1 79개 업소로 그 수가 줄자 위기감을 느낀 업주들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미아리 텍사스촌”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자율소방위원회를 조직해 외국인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한편 자체 청소를 통해 정화활동을 전개하고, 바자회 개최를 통해서 불우이웃돕기 등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소방위원회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출입을 금지한다(Foreigner off-limits place)’는 대형 플래카드를 윤락가 출입구 9곳에 부착하고 외국인 손님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이처럼 업소들이 외국인 사절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3개월에 1차례씩 시행되는 경찰의 일제 단속에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아지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SARS(중증급성호흡기질환) AIDS 감염의 온상’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은 피부 색깔도 다른데다 매상을 올려주기는커녕 떼지어서 밤새 업소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기 때문에 내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점점 끊어지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이 같은 나쁜 이미지로 인해 “미아리 텍사스촌”의 전체 매출이 50% 이상 급감했으며, 일부 대형업소를 제외하고는 업소마다 하루 평균 매출이 2030만원에 그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윤락가 확산 저지를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단속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그야말로 “미아리 텍사스촌”은 진퇴양난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과연 “미아리 텍사스촌”이 이미지 개선을 위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그 실효를 거두어 현재 봉착한 난관을 타개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작년 9 1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을 상대로 호객, 갈취, 술값 바가지, 윤락행위가 빈발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들을 강력히 척결함으로써 관광객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확립하려는 차원에서 미아리 일대에 대해서 집중단속을 실시한 적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4월에는 서울시가 <성매매 집결지역 종사여성 재활대책>을 마련하고, 그 일환으로 시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인 뉴타운 개발 등과 연계하여 “미아리 텍사스촌”과 동대문구 “청량리 588, 강동구 “천호동 텍사스촌”, “영등포 텍사스촌”, 그리고 “용산 텍사스촌” 등 5개 성매매 밀집지역의 정비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현재 “미아리 텍사스촌”은 전성기를 구가하던 과거에 비해 그 위세가 많이 위축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매매춘 근절을 위해 집중단속을 실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어차피 없어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혹자는 차라리 사회적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윤락녀들을 보호하는 것이 그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여성들을 살리는 더욱 실효성 있는 방안이라고 나름대로의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물론 속사정을 알고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바가 아니다.

 

 

몇 년 전 “미아리 텍사스촌”을 철거하고자 노력한 과감한 여자 경찰서장으로 사회에서 인기가 높았던 김강자 서장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그녀가 최근에는 공창론을 제기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철저한 단속을 통해 윤락행위를 근절시키겠다고 공언할 때는 언제고 느닷없이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했으니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녀는 처음 “미아리 텍사스촌”을 둘러보면서 수많은 여성들, 특히 미성년자들의 인권이 심하게 유린당하는 것을 직접 목도하였다. 때문에 서장으로 부임한 후 제일 먼저 “미아리 텍사스촌”을 과감히 척결하는데 앞장섰지만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였던 것이다.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함으로써 “미아리 텍사스촌”의 척결이 눈앞에 보이는 듯 했으나 반대로 지금껏 그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은 대대적인 단속과 철거를 피해 더욱 음성적인 형태로 이 사회에 남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인권은 더욱 심하게 유린당하게 된 것이다.

 

이를 반증하기라도 하듯이 최근 윤락천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파주 용주골의 경우 1953년 미군부대가 처음 주둔했을 때 윤락업소의 수가 겨우 10여 곳에 지나지 않았으나 현재는 경찰의 단속 등으로 된서리를 맞은 서울 미아리와 천호동 등지의 윤락녀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이곳의 윤락녀 수는 지난해 초 104개 업소 350여명에서 현재 127개 업소 448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자신의 방향이 잘못된 것을 인식하고 최근에 ‘공창제’를 주장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매춘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점을 고려해 볼 때 쉽게 근절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단속만 강화한다고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음지에서 자행되고 있는 매매춘을 터부시하며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양지로 끌어올려 그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건강한 사회로 갈 수 있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출처 : 손일권 칼럼, 200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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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Jennifer S. Evans(1999), Military might keeps state economy strong, Journal of the Real Estate Center at Texas A&M University, Vol. 6(No. 4 October)

-Johann Jakob Bachofen(1948): Gesammelte Werke, Bd. II, hrsg. v. Karl Meuli. Basel.

-김륜옥(2001), 성 담론 위에 꽃핀 “황금의 20년대” 및 그 전후 시기: 젠더학적 시각에서, 독일어문학, 16, p. 25-p. 50

-동아일보, <파주 용주골 ‘윤락천국’ 오명-1년새 업소 23곳 늘어 최악>, 2003 2 4

-변화순황정임(1998), 『산업형 매매춘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개발원.

-여성부(2003),『성매매실태 및 경제규모에 관한 전국조사』

-주간한국, <르포>비밀의 문 열린 미아리 텍사스촌, 2000 2 16

-www.ytn.co.kr <전국 성매매 여성 33만명> 2003 9 7

-www.ytn.co.kr <윤락가 “외국인 손님은 사절”, 미아리 텍사스, 매출급감에 자체 결의> 2003 9 16

[출처] 이색적인 브랜드 이야기 미아리 텍사스촌 |작성자 이벳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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