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예술학교

한국문학신문 칼럼35- 푸르게 숨 쉬는 삼각산 품속에 발갛게 익어가는 청소년의 꿈

푸르게 숨 쉬는 삼각산 품속에

발갛게 익어가는 청소년의 꿈

도정 권상호

  봉사 활동은 가슴에 뜨거운 씨앗을 심는 일이다. 씨앗을 심을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자세를 낮추며, 또한 오랫동안 물도 주고 잡풀도 뜯어줘야 하겠지만, 먼 훗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생각하면 심을 때부터 가슴이 뜨거워진다.

  봉사를 한자로는 ‘받들 奉()’에 ‘섬길 仕()’ 자를 쓴다. 봉사는 좋아함을 지나 ‘받듦’이요, 도움을 지나 ‘섬김’에 있다. () 자의 전서 모양을 보면 세 개의 손이 아름답게 자란 곡물[()]을 세 개의 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양이다. ()이 푸짐한 곡물임을 알 수 있는 글자는 ‘풍년 ()’ 자에 있다. 제기[()] 위에 뭔가 山()처럼 풍성하게 담긴 모습이 ‘풍년 ()’ 자가 아니던가.

  섬김의 의미인 仕()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士()’ 자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한다.

  ()의 금문 자형은 놀랍게도 ‘도끼’ 형상이다. 위의 가로획은 도끼 손잡이요, 아래의 가로획은 도끼날이다. 도끼를 들고 사냥을 하고, 나라를 지키기도 하며, 또 형벌을 다스리기도 했다. 장기판에서 王()의 친위대가 士()이다. 여기에서 兵士(병사), 軍士(군사) 등의 말이 나온다.

  그런데 요즈음은 이 글자를 博士(박사), 道士(도사)라고 할 때처럼 ‘선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이는 아마 부족이나 국가에 변란이 발생하면 젊어서는 병사 아닌 사람 없고, 늙어서는 경륜이 많아 선비 아닌 사람이 없기 때문이리라. 그렇구나.

  그렇다면 仕()는 어떤 역할을 맡은 사람이 옆에 붙어 있으므로, 선비를 ‘섬기다’ 또는 ‘벼슬하다’라는 뜻의 동사로 쓰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봉사 얘기하다가 무당의 공수가 길어졌나? 허걱.

  오늘은 쑥스럽지만 내가 봉사활동으로 나가고 있는 풍덩예술학교(교장 권상호, 상임이사 채수창)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볼까 한다. 학교장으로 봉직하고 있지만 봉급이 없으므로 봉사라고 해야 맞는 말이다.

  우선 학교 이름이 발칙하지 않은가. ‘풍덩’이란 단어처럼 부사를 교명(校名)으로 사용하는 학교는 아마 없으리라. 커다랗고 묵직한 물건이 깊은 물에 떨어질 때 나는 소리가 ‘풍덩’이다. 학교 이름이라면 대개 지역명이나 발전적 의미가 있는 명사를 사용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하강 이미지에다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이다. 역발상이라고나 할까.

  우리의 건배사는 당연히 ‘예술에 풍덩’이다. 건배사를 이끄는 사람이 ‘예술에!’라고 선창을 하면,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가 술잔이 물에 빠졌다가 솟구치는 시늉을 하면서 ‘풍덩~’이라 외친다. 물론 우리가 빠질 곳은 예술이다. 바닥을 치고 일어서자는 의미렷다. 잘 헌다. 모두가 어깨를 부딪치며 오르려고 힘쓸 때, 차라리 풍덩 빠져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려니. 모두 눈치나 보고 한쪽 발만 담그고 살아가는 세상에 온몸을 던져 풍덩 빠져 보는 것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편이려니.

  작년 1월에 개교한 풍덩예술학교는 서울 강북구 미아삼거리 옆 숭인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일 년 남짓 짧은 기간이지만 지역 주민을 위하여 사진, 서예, 한국화, 유화, 수채화, 공예, 도자기, 스피치, 외국어, 명리학, 관상학 등의 문화예술 강좌 및 청소년 백일장, 공모전, 기획전, 등산 등을 통한 행복발전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다시 말하면 모래알처럼 깔깔하고 삭막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예술을 맛보고 예술을 체득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삶에 재미와 보람을 느끼게 하고, 이웃 간에는 예술 활동을 통한 훈훈한 情()을 나눌 기회를 제공해 왔다.

  지난 4 22() 학생들과 후원회원, 주민과 여러 문화예술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청소년교실’ 개관식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의력, 의지력 및 문제해결력 등을 길러, 이들이 국가 동량(棟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 육성할 계획이다.

  청소년교실을 열게 됨으로써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게 된바, 어찌 축시 한 마디 올리지 않으리오.

 

푸르게 숨 쉬는 삼각산 품속에

발갛게 익어가는 청소년의 꿈

 

문화와 예술의 작은 나라

풍덩예술학교에 풍덩 빠져

내일을 스케치하라.

미래를 노래하라.

 

생각은 깊게

느낌은 넓게

상상은 높게

실천은 풍덩

 

스트레스 지우개는 예술이다.

꿈이 영그는 즐거운 학교

믿음이 가는 보람의 학교에서

너의 신바람 청춘을 불사르라.

 

내 인생의 베이스캠프는

풍덩예술학교.

혼자 하는 생각보다 함께하는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먼 훗날 고백하리.

‘내 꿈은 풍덩에서 이루어졌다.’ 라고.

 

인품은 꽃향기 되어 천 리를 떠가고

풍덩의 물결은 만 리를 흘러라.

[이 게시물은 권상호님에 의해 2011-04-27 13:51:26 수필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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