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열 받아 도자기 되다
도정 권상호
법정 스님의 입적 이후에 無所有(무소유)가 검색 1위의 화두로 떠올랐다. 소유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필요 이상의 소유를 경계하는 의미로 본다. 사람살이 엄밀히 살펴보면 執之兩個 放卽宇宙(집지양개 방즉우주)이다. 두 손으로 잡아 보았자 두 개뿐이지만 놓으면 우주가 다 내 것이다. 저 하늘과 산의 임자가 따로 있으랴, 보고 즐기는 사람이 주인이다.
붓글씨를 즐겨 쓰는 사람으로서 아름다운 시문을 좋아하고 외고, 또 쓰다가 보니 더러는 나만의 생각을 글로 써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글짓기의 시작이었다. 또 가르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늘 敎育(교육), 學問(학문), 學習(학습) 등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 또 실천하고 싶었다. 이러한 부스러기 생각들이 글을 낳았고 또 국보문학과의 인연으로 부끄럽지만, 수필가란 이름표까지 달게 되나 보다. 허걱.
흔히 인문학의 기초로서 文·史·哲(문사철)에 관한 교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오나가나 먹칠만 해대는 나로서는 문학 한 가지만도 담 너머 미인 보기이다. 진흙처럼 살아오다가 김용복 문인을 만나 토기가 되고, 또 국보문학에서 유약을 발라 그릇으로 만들어 주니 감개무량.
살면서 인연을 넘어 필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임수홍 회장님과 졸고를 끝까지 읽어 주신 심사위원께 삼가 큰절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