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속에 영근 푸른 정신
- 여섯 번째 흙다지자기전 -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교수 권상호
남자가 여자를 만날 때,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답다.
흙이 물을 만날 때 흙은 흙답고 물을 물답다.
흙다운 흙이 참된 흙이요, 물다운 물이 진정한 물이다.
물에 안긴 흙이 씨앗을 받을 때 생명의 노래가 들린다.
그 노래의 끝은 꽃과 열매.
물에 안긴 흙이 불을 받을 때 빛의 잔치가 벌어진다.
그 잔치의 끝은 도자기.
더러는 촛대로, 화병으로, 향꽂이로……. 경계가 없다.
흙에서 태어나 흙에서 자란 음식을 먹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아는 흙다지 식구들은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다지는 것인 줄 안다.
그토록 비 많고 무더웠던 여름에도 어김없이
시간을 다지고 흙을 다지기 위해 모인다.
흙과의 더 깊은 사랑을 위해 그들은
오직 손 성형(Hand Building)만을 고집하며 물레조차 거부한다.
화생토(火生土)라 했으니 흙은 불의 자식이다.
어려서는 초벌구이 커서는 재벌구이.
유약 옷 입혀 잘 키우면 재벌도 될 수 있다.
흙다지로 정 다져온 우리
번뇌를 초극한 기쁨의 결정체를 꿈꾸며
불의 열정으로 일하고
물의 겸손으로 살아간다.
口 하나는 ‘입 구’ 자
口 둘은 ‘부르짖을 훤(吅)’ 자
口 셋은 ‘물건 품(品)’ 자
口 넷은 ‘여러 사람의 입 집(㗊)’ 자
여러 사람의 입이
잡아 놓은 짐승 한 마리[犬]를 보고 있다.
나눠 먹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그릇 기(器)’
정겨운 美(미) 나눔의 전시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