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서예 단상

  그대, 칠흑같이 캄캄한 시골 방에서 봉창틈을 비집고 내리꽂히는 달빛의 산뜻함을 기억하는가? 그리고 어느 늦가을 아침, 잠에서 어렴풋이 깨어나는 순간 문틈으로 새어드는 햇살이 방안의 뽀얀 먼지를 흔들며 머리맡에 쏟아지던 그 상큼한 순간을 기억하는가?
   은빛의 부드러운 화선지 위에 까맣게 윤기 넘치는 먹물이 흐드러지게 퍼져나가는 그 맛 역시 영원히 놓칠 수 없는 오싹한 전율이다. 격조 높은 흑백의 앙상블! 낭창낭창하고 원만하게 생긴 붓털이 빚어내는 강하고 질긴 획질(劃質)! 심간을 깎는 아픔의 붓질을 통한 먹울림! 이러한 잔잔한 감동들 때문에 서예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하였고 오늘날도 많은 사람들이 혹독할 정도로 애호하고 있다. 그 누가 서예를 고리타분하고 낡은 취미 정도로만 치부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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