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시간 공간 인간의 절묘한 만남 - 연석 이상덕 한글서예전에 부쳐

<월간서예>에 소개된 부분. 내 글의 어느 부분이 남의 관심을 받게 되는지는 궁금한 일이다.
 

시간 ․ 공간 ․ 인간의 절묘한 만남



                                       권상호(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과 겸임교수)


  오는 10월 9일은 561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이다. 또한 절후로는 찬 이슬 내리고 추어탕에 국화주 한두 잔 곁들일 만한 한로이다. 한글날은 따지고 보면 지구상에 둘도 없는 인류의  소중한 기념일이다. 왜냐하면 한글은 만든 이와 만든 원리가 분명한 세계 유일의 문자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정녕 수백 년 뒤에 다가올 정보화 시대를 예견하고 창작한 듯한 과학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예술문자이다.

  그리고, 서울 동북부 중심도시 노원, 교육 ․ 문화 일등구 노원, 그 중심에 문화 예술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백화점의 허브, 롯데백화점이 우뚝 서 있다. 이 안에는 명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명필도 가려보고 초대전을 열어 주는 전시장이 있어서 더욱 좋다.

  또 하나, 가장 한국적인 예술이 가장 세계적인 예술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 가장 한국적인 예술,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의 하나를 들라면 한글서예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한글서예에 삶을 맡기고 살아가는 한 여성 서예가가 있으니, 바로 연석 이상덕 선생이다.

  뜻 깊은 한글날 전후의 시간과, 문화마인드로 가득한 롯데백화점이라는 공간과, 번잡한 서울에 살지만 풋풋한 산사람의 냄새가 나는 서예가 이상덕이라는 인간의 환상적인 조우... 그 극적인 만남을 위한 열정의 무대가 연석 한글전으로 승화되어 탄생한다. 묵향 속에 먹빛으로 조명 받는 멋진 작품들이 기다리는 가운데, 라이브 서예의 꽃인 가훈 쓰기를 통하여 그 화려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단다.

  기다려지는 전시회...

  내가 연석 선생을 좋아하는 이유는 화려한 수상 경력 때문만이 아니다. 조용한 가운데 뭔가 일궈내는 치열한 예술가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묘한 매력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아마 오랜 세월 동안 원만한 형태의 한글을 벗삼아 살아온 그의 삶의 궤적에서 우러나오는 먹울림의 깊은 맛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한글은 한자처럼 획끼리 교차함에서 오는 긴장이나 갈등이 없이, 서로 양보하고 이끌어주는 한글 특유의 조형 어법에서 묻어나는 푸근함이 연석 한글서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푸근하면서도 그 속에는 갯벌 언저리의 갈대처럼 끈질긴 생명력이 숨어있다.

  침묵의 종이 위에 마음의 리듬을 따라 묵묵히 써 내려가는 그의 영혼의 산책을 엿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그의 붓 길에는 계절 따라 새롭게 느껴지는 신선함이 있다. 그의 먹 자국에서는 냉이국맛에서 국화향기까지 다양한 맛과 향기가 피어오른다.

  이때에 연석 선생의 글씨를 한 점 정도 사서 걸어두고 본다면, 마음으로는 위안을 얻고 경제적으로도 확실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확신한다.


                                                     2007. 10. 1. 부휴실(浮休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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