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마음결 따라 붓길 따라 - 여숙자 선생님의 두 번째 개인전을 축하하며 -

마음결 따라 붓길 따라


- 여숙자 선생님의 두 번째 개인전을 축하하며 -




메아리는 그 소리를 따르고

그림자는 그 형체를 따르며

붓자국은 그 마음을 따른다.

여숙자 선생님의 붓자국은 온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생명의 충일감이 있다.

그것은 여숙자 선생님의 마음의 모습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수수한 모습에 놀라고

나중에는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농사꾼으로서, 신앙인으로서, 예술가로서...

어느 곳 하나 허한 곳이 없음에 놀란다.

뭇 사람의 눈길을 끌고, 그들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는

오묘하면서도 강인한 매력이 있다.



여 선생님의 집은 주소로는 인천광역시에 속하지만

집을 둘러싼 농장과 주변 분위기는 완연한 시골이다.

‘쑥골’이라는 지명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그리하여 여숙자 선생의 붓자국은 전원의 잡초처럼

여린듯하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뻗어나가고 있다.

마음결 따라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잠시 뒤돌아보며

이번 전시회를 갖는 것이다.

전시회 뒤에도 농사의 정직성을 체득했듯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여 선생님 예술의 천진성과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느덧 고희를 맞으신 정직한 농사꾼 배지완 선생님과 함께

흙과 더불어 살며, 자연에서 모든 걸 체득했기 때문이리라.

농사처럼 자식 기르고, 붓길도 일궈 낸 것이다.

대지는 안기는 만큼, 산은 다가가는 만큼 내게 온다.

여 선생님은 자연이란 신의 작품 속에 안겨 살면서,

서예라는 인간 예술에 온몸으로 다가가고 있다.



여숙자 선생님은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전공 1기로 졸업한 바 있고

전체 수석졸업으로 총장상까지 받은 바 있다.

현재는 서예전공 졸업생들의 동창회라고 할 수 있는 서예연구회 회장이기도 하다.

늘 소리 없이 큰일들을 거뜬히 치러 낸다.

그 비결은 눈에 보이는 물처럼 외형의 자신은 낮추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증기처럼 내적인 삶의 에너지는 늘 솟구치기 때문이다.

여숙자 선생님은 전원의 잡초처럼 오늘도

여린듯하지만 강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때는 아는 만큼 삶도 아름다운 법.

여 선생님의 글은, 그것이 한글이든, 한문이든, 문인화이든...

選文에 있어서 쑥골의 때, 인생의 때와 꼭 맞아 떨어진다.

쑥골의 사계가 너무나 아름다워 계절에 따른 이름을 붙여 본다.

봄이면 온갖 꽃이 정원과 앞 뒷산에 만발하니 百花滿庭이요,

여름이면 앉으나 누우나 빗소리를 듣는 정취가 있으니 坐臥聽雨이요,

가을이면 황국화 피고 붉은 열매가 그윽하니 黃菊朱實이요,

겨울이면 상서로운 눈이 내리고 웃음짓는 댓소리 들리니 瑞雪笑竹로다.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蓬谷四季’와 같은 아름다운 글씨를 많이 남기기를 바랍니다.




2008. 10.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겸임교수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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