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별처럼 빛나고 샘물처럼 해맑은 별샘이여 - 김도임양의 석사학위청구전에 붙여

별처럼 빛나고 샘물처럼 해맑은 '별샘'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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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별샘 김도임(金度姙)양의 석사학위청구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별샘’이란 호가 뜻하듯이 서예 전공자 김도임양은 별처럼 빛나고 샘물처럼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이번 전시는 별샘이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예전공생으로 입학한 이래 2년간 캠퍼스에서 갈고 닦아온 서예 이론과 실기 및 동학들과의 끊임없는 윤독과 발표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늘 책을 읽는 사람에겐 독서가 취미일 수 없습니다. 그에게서 독서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늘 글씨를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서예는 취미가 아니라 일입니다. 별샘은 어릴 때부터 붓 잡기를 무척 좋아한 걸 보면 그에게도 서예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유복한 집안의 귀한 딸로서 어릴 때부터 여러 방면에 대한 부모의 교육적 성화가 대단했지만 유독 서예만은 초등4학년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동네에 있는 서예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한 번도 붓을 놓지 않고 글씨를 좋아하는 것을 보면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서예를 전공으로 선택한 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긍정의 힘을 믿고 스스로 선택한 길에는 고난이 있을지라도 이를 능동적이고 기분 좋게 개척해 나갈 수 있게 하는 행복 에너지가 있습니다. 굽이치지 않고 흐르는 강물 없고,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습니다. 벼랑에 핀 꽃이 더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조개가 아픔 끝에 진주를 낳듯이 별샘의 이번 작품들도 신체적 아픔 가운데 일궈낸 보석이라 더욱 소중합니다.

 

전체적인 작품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한문보다는 한글에 치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역사학자 존 맨은 ‘한글은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고 했습니다. 형상적으로 보면 한글은 한문이나 영어와 달리 필획이 서로 교차하지 않으며 서로 사양하고 배려하며 부드럽게 어울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별샘은 한글의 이러한 특징을 잘 살려서 쓰고 있습니다. 한글은 더 이상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인류의 위대한 지적 유산 가운데 하나이므로 더욱 연찬하여 한글의 새 지평을 열어 나가기 바랍니다.

 

둘째, ‘이’, ‘아’, ‘어’ 등의 세로획에 의한 오른쪽 쏠림 이미지를 철저하게 배격하고 있습니다. 자음을 크게 하거나 또는 변화를 주어 전체적인 흐름을 안정감 있게 이끌고 있습니다.

 

셋째, 핵심어를 본문 중에서 찾아내어 현대적인 감각으로 중요한 공간에 설정함으로써 장법상의 변화와 여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넷째, 궁체 글씨는 엄정하고 클래식하게 다루고 있는 반면 조화체나 정음고체의 경우는 자형을 비교적 납작하게 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한문의 경우는 광개토왕비의 고예와 안진경체 해서를 비교적 잘 소화하고 있으나, 한글 서예의 발전을 위해서도 한문 서예의 노력은 절대적입니다.

 

여섯째, 남색 비단에 은분 글씨를 씀으로써 서사 소재를 확장시키고, 아크릴에 레이저를 쏘는 작업 등을 통하여 화선지 위의 물리적 평면 글씨를 입체적으로 승화시켜 보고자 노력한 흔적이 돋보입니다.

 

일곱째, 별샘이 특별히 좋아하는 글귀들은 그의 작품에서 보듯이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성경말씀입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능력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글씨를 통하여 하나님의 능력을 나타내 보이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믿음이란 삶의 가장 큰 에너지이므로 잘 가꾸기 바랍니다.

 

별샘은 개성적이고 일탈적인 신세대답지 않게 신기할 정도로 전통 예술인 서예에서 몰입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구나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역시 현대적인 새로운 조형어법을 찾아 줄곧 새로운 오브제,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서예의 영역 확대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통과 현대가 오묘한 화음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별샘에게 부탁할 것들이 있습니다.

 

너무 쉽게 남의 눈에 띄는 겉절이 글씨보다 좀 더 오래 발효된 묵은 글씨를 더 쓰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가 한글이겠지만 한문 전서, 금문, 예서 등의 다양한 조형공부를 더하여 거기에서 우려내는 깊은 맛이 나는 한글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아름다운 세상이 빨리 오기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정녕 아름다운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즉흥적이고 자극적이며 빠름을 추구하는 인스턴트식 세상을 결코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온갖 폰트들이 컴퓨터에 난무하고 있는 이때에, 천 년 전에도 그랬듯이 화사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서상 앞에 앉아 먹을 갈고 하늘의 상서로운 구름 빛을 좇아 느긋하게 붓질하며 먹을 우려낼 미래의 별샘을 생각해 봅니다.

 

먼 훗날 최순우 선생처럼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라고 고백하기 바랍니다. 라면이나 통조림처럼 쉽게 까먹을 수 있는 지식을 거부하고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칡뿌리를 함께 캐 먹도록 합시다.

 

마지막으로 시간적으로 느림의 미학을, 공간적으로 여백의 미학을 서예 밖에서도 찾아 즐기기 바랍니다. 물질적으로 비움의 미학까지는 나도 자신이 없습니다.

 

개인전은 처음이라고 들었지만, 공모전에 50회 이상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획득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한글부문 대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아버지께서 목욕재계하고 정갈하게 서상 앞에 앉아 먹 갈아 지방을 쓰는 모습을 보는 일은 그립디 그리운 옛날의 일처럼 느껴집니다. 요즈음의 젊은이들이 보기에 손으로 먹 가는 일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원시적인 일로 보이겠지요. 그러나 선현들은 먹을 가는 일은 마음을 가는 일이라며 곧은 글씨보다 바른 마음을, 잘 쓴 글씨보다 올곧은 사람을 더 소중히 여겼습니다.

 

서예는 비교적 짧은 글, 긴 침묵의 예술이다. 조용한 가운데 치열한 작업의 결과가 발전소가 되어 앞으로 더 큰 빛으로 세상을 밝히기를 바랍니다. 붓은 부드럽지만 필검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별샘은 겸손한 여성이지만 그의 서예는 각박한 세상을 정화시킬 큰 힘을 갖고 있습니다.

 

서예로 석사가 되고 오늘의 전시가 있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별샘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서예가로서 걸어가야 할 큰 길을 닦아 주신 월당 김진태 선생님을 비롯하여, 대학원 과정에서 큰 가르침 주신 여러 교수님들께도 고맙다는 말씀 올립니다.

 

별샘의 한문 호는 惠林. 먼 훗날 그의 작업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은혜의 숲’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도하며, ‘준비하느라 진정 수고 많았다.’라고 말하며 손잡아 주고 싶습니다.

 

작품에 링컨의 말을 인용하여 피력했듯이 ‘승리와 성공보다 오직 진실에 사로잡힌 사람, 내 안에 있는 빛에 사로잡힌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2009. 6.

삼각산 부휴실에서 지도교수 권 상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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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ksh
김도임(金度姙)
아호:별샘, 혜림(惠林)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조형예술학과 서예전공 석사과정 (08)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기독교 사회복지학과 졸업 (07)

대한민국서예전람회 입선 2회 (07~08)
단원미술제 서예부문 우수상 (06)
중부서예대전 우수상 (06)
정조대왕효서예휘호대회 최우수상 (06)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정 한글대상 문화관광부장관상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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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홍서예문인화대전 우수상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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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서예대전 초대작가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07)
수미서학회 필탑전 고운미술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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