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멈출 수 없는 열정(심사평)

멈출 수 없는 열정(심사평)

 

코로나 19의 대유행으로 집콕생활 중에서도 제3회 대한민국 캘리그라피창작대전에 출품해 주신 작가 지망생 여러분께 먼저 갈채를 보냅니다. 당락을 떠나 여러분은 이미 부드러운 붓과 종이로 질기고 단단한 획을 창작해 내는 마술사가 되셨습니다. 참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한국캘리그라피창작협회는 여느 캘리그라피 단체와 달리, 소위 근거 없는 이미지 중심의 캘리그라피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모필 운용을 바탕으로 한 전통서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에 찬사를 보냅니다.

 

심사위원마다 심사기준에 다소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다음의 기준에는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소개합니다.

첫째는 조형성입니다. 필법, 자법, 장법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과 묵색 및 필력의 정도를 살핍니다.

둘째는 완성도입니다. 점과 획, 글자와 글자의 연결 및 서사 내용과 글자체가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셋째는 창의성입니다. 내용과 형식의 조화, 본문과 협서 및 낙관의 조화, 서체 표현의 독창성 등을 살핍니다.

이 모든 것에 앞서서 오탈자가 있으면 무조건 제외된다는 사실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이번에도 몇몇 작품에서 오탈자가 지목되어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올해 모 공모전 대상 작품과 대화가의 전시작품에서 辛丑年(신축년)幸丑年(행축년)으로 써서 세인의 빈축을 산 바 있습니다. 원전을 반드시 확인하고, 또 스승이나 남에게 보여주어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전체적으로 기본에 충실히 하고자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각 서체가 골고루 출품되어 반가웠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의욕이 앞선 나머지 조형성과 완성도에서 떨어지는 작품도 더러 있었습니다.

경합 끝에 우수작으로 뽑은 면우(俛宇) 곽종석(郭鍾錫) 선생 시 종란(種蘭)은 해서의 골기를 갖춘 행서로 위의 여러 조건을 아우른 수작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춰도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열정은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상 여부를 떠나 참으로 고생하신 모든 분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잠시 붓을 놓고 허리를 쭉 펴세요. 허리가 펴지면 인생도 펴지고, 붓이 서면 삶도 섭니다.

 

2021. 8.

도정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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