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에도 멈출 수 없는 열정의 끝 (심사평)

코로나와 이태원 참사에도 멈출 수 없는 열정의 끝 (심사평)

 

도정(塗丁) 권상호(權相浩)

등급이나 당락을 결정하는 심사(審査)는 매우 어렵습니다. 속도나 무게, 길이나 넓이 등과 같이 수치(數値)로 나타낼 수 있는 심사라면 그나마 쉽겠지만, 선행의 질량이나 아름다운 정도를 측정하는 심사야말로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심사는 심사(深思)하고 숙고(熟考)해야 합니다. 심사를 마치고 나서도 모든 심사위원은 피심사자들로부터 심사받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피할 수 없는 심사라면 모든 심사위원이 진지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모전의 취지를 숙지하고, 그에 따른 심사기준을 마련하며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인간이기에 심사과정에 많은 약점이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심사위원의 기도 제목은 언제나 ‘공심(公心)’과 ‘하심(下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심사는 크게 보면 정성성(작품 제작을 위한 정성의 정도), 조형성(필법, 자법, 장법에 대한 안목과 필력), 창의성(표현의 참신성과 독창적 아이디어), 완성도(협서 및 낙관의 조화, 내용과 형식의 조화) 등을 잣대로 살폈습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자면 ‘기본(基本)’이 된 상태에서 ‘공(功)’을 많이 들였거나 ‘새롭다’라거나 할 때 더 많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 결과 김후란 시인의 ‘우리 글 한글’의 앞부분을 쓴 김민섭 씨의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최우수상에는 경합이 있었지만, 문인화 부문에서는 이연정 씨의 ‘문득 그대 그리운 날(매화)’, 서각 부문에서는 전형근 씨의 ‘아름답다 훈민정음’, 캘리그라피 부문에서는 염영희 씨의 ‘우리의 한글’, 한글 부문에서는 한용운의 ‘무궁화를 심으과져’를 쓴 손경자 씨의 작품 등이 각각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특별상, 특선, 장려상 등을 수상하신 모든 출품자들의 노고에 갈채를 보냅니다.

뜻밖의 이태원 참사로 자랑스럽게 이어졌던 제13회 광화문광장 휘호대회는 취소되어 예심(豫審)이 종심(終審)이 되고, 또 용산구청 갤러리도 폐쇄되어 한국미술관으로 급히 옮겨서 3부로 나누어 전시하게 되는 등... 사상 유례없는 행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영생의 증거입니다. 특히 먹으로 쓴 글씨는 영원히 남습니다. 앞으로 더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발심(發心)하여 여러분의 정신적 자식인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기시길 기원합니다.

특별히 고생 많으셨던 조윤곤 이사장님, 김선희 사무총장님을 비롯한 여러 운영위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한국예술문화원’으로 거듭나길 응원합니다. 나아가 이름에 걸맞게 세계 속의 한국예술문화원으로 발돋움하길 앙망합니다. 

2022. 11. 새벽달 바라보며 붓마루에서 근지(謹識)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