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제11회 대한민국삼봉서화대전 심사평 - 삼봉(三峯) 닮은 필봉(筆鋒)

심사평 – 삼봉(三峯) 닮은 필봉(筆鋒)

올해는 유례없는 지구촌의 기상이변 속에 우리에게는 무더위와 장마가 덮쳐 많은 국민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붓을 잡고 화선지와 싸우며 작품 제작에 정성을 다하여 제11회 삼봉서화대전에 출품해 주신 모든 묵객 여러분께 감사와 찬사의 말씀을 먼저 전합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땀을 흘리신 만큼 모두에게 개인적인 발전은 있었으리라 믿습니다.

삼봉(三峯) 정도전(鄭道傳) 선생은 조선 건국의 주역이자, 한양 도성의 설계자이며, 법과 제도를 정비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왕권보다 신권(臣權), 백성이 근본이 되는 민본(民本)을 강조한 성리학자입니다. 평택은 삼봉 선생 생시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이곳엔 선생의 사당인 문헌사(文憲祠)와 기념관이 있습니다. 1865년 고종은 경복궁을 중건하고 그 설계자인 선생의 공을 인정하여 문헌(文憲)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후손들이 살고 있던 지금의 평택시 진위면에 사당을 건립하였습니다. 선생에 대한 재평가와 학문 연구를 위한 삼봉학(三峯學) 학술회의가 열린 것은 2003년의 일이고, 그를 기리고 선양하기 위한 ‘대한민국삼봉서화대전’이 열린 것은 2013년의 일이었습니다.

모든 일은 사람 이상일 수 없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삼봉서화대전의 운영과 심사도 사람 이상일 수 없다고 봅니다. 그만큼 심사에는 심사위원의 사람됨과 양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한 심사를 위해 작품 심사 이상으로 객관적 심사위원 선발을 위해 고심했다는 후문에 지명이 평평한 못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평택(平澤)이듯이 과연 공정하고 정의로운 도시로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심사위원장으로서 심사위원들께 공정하고 정확한 심사만이 삼봉서화대전의 차별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므로 심사숙고하여 심사해 달라고 당부하고, 분야별로 나뉘어 심사에 임했습니다. 이번 심사의 가장 큰 특이점은 점수제로 하되, 최고점과 최하점은 제외하고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순위를 결정하였습니다. 따라서 합의제와 달리 점수제는 누구도 어느 작품이 상권에 들었는지 현장에서는 알 수 없습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오랜 세월 연마하여 노련한 작품도 있고, 서력이 부족하여 미숙한 작품도 있었지만 모두 열정만큼은 대단해 보였습니다. 심사 때마다 접하는 일이지만 특히 한문에서 유려하게 잘 쓴 작품 중에서도 오탈자가 있는 작품이 더러 나와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쓰기 전후에 반드시 원전을 확인해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상에는 틀린 정보가 많이 돌아다니므로 선문(選文)할 때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서예든 문인화든 첫눈에 느껴지는 붓 자국을 보고 필력(筆力)을 살핍니다. 동양 예술의 미적 가치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은 서력(書歷)이 쌓여야 비로소 나타나게 됩니다. 서예의 경우는 여기에다 획법(劃法), 자법(字法), 장법(章法) 등을 근거로 평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 대전의 성격상 삼봉 선생의 시문을 글감으로 한 작품에 가점을 주었습니다.

삼봉 선생이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기틀을 잘 닦았듯이, 서화의 위기라고 하는 이때, 대한민국삼봉서화대전이 케이컬처(K-Culture)의 초석이 되고, 나아가 한국서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허브 역할을 하기 바랍니다. 필봉(筆鋒)을 통하여 삼봉 정신이 되살아나 세상에 고귀한 먹 꽃으로 피어나길 희망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지금까지 본 대회를 진중하게 이끌어 오신 평택시와 삼봉정도전선양회 및 평택문화원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입상한 분께는 찬사를, 떨어진 분께는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다음을 위해 더욱 분발하시길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6일

제11회 대한민국삼봉서화대전 심사위원장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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