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제13회 대한민국행촌서예대전 심사평 - 서무제일(書無第一)

심사평

서무제일(書無第一)

행촌(杏村) 이암(李嵒) 선생은 고성이씨(固城李氏) 출신의 명인 중에서 후세 선비사회의 추앙을 가장 많이 받는 분이십니다. 또한, 승려 묵암(默庵) 탄연(坦然)과 함께 만 474년간 이어졌던 고려를 대표하는 서예가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원나라로부터 ‘동국의 조자앙(趙子昻)’이란 칭송을 받기도 했습니다. 행촌 이암을 탄생시킨 고성, 그 고성의 정신적 산실인 고성문화원, 그곳 1층 회랑을 지역 주민의 서예 전시장으로 만들어,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 놓은 것만 보아도 경남 고성이 학문의 도시, 서예 도시로 거듭나리라 기대됩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 했습니다. 우선 그 많은 공모전 중에서 ‘대한민국행촌서예대전’을 선택한 서예인 여러분께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왜냐하면, 공정과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표방하고 또한 이를 실천하고 있는 공모전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규약일지라도 인간 이상일 수 없습니다. 경남 고성군(固城郡)의 고성문화원 관계자 여러분과 운영위원을 대하였을 때 공정과 정직에 대한 의지가 확고부동함을 느꼈습니다. 후문에 의하면 고성을 사랑하고 이암 선생을 존경하는 고성 인근 서예인들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할 정도로 엄격한 심사라고 들었습니다. 역대 행촌서예대전 도록의 면면을 살펴보면 공정과 정직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집니다.

게다가 고성문화원 입구에는 특별한 게시물이 붙어 있었습니다. 낙관 가리고 심사하기, 엄정한 점수 급간의 비율 지키기, 심사위원 간의 상면 불가, 수상작은 휘호자들의 참관 속에 최종 결정, 휘호 명제의 무작위 출제 등 20항목에 걸친 심사와 운영 지침과 또 다른 20항목의 대회 특징과 장점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여타의 심사 때보다 편안하고 진솔한 마음으로 사심 없이 심사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옛 속담에 ‘문무제일(文無第一) 무무제이(武無第二)’란 말이 있습니다. '文은 제일이 없고, 武는 제이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그만큼 文은 일등을 가리기 어렵습니다. 글씨나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하여 서무제일(書無第一)이라 제목을 붙여 봅니다. 상대적으로 武는 승패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스포츠도 그렇습니다. 이리하여 문예(文藝)에서 1, 2등을 가려놓으면 아무리 공정하게 심사했더라도 소외된 사람의 약간의 아쉬움은 남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사입니다.

1차 심사 및 2차 휘호를 거친 작품들은 한글, 한문, 문인화 3개 부문 모두 필력, 먹빛, 장법 등 대상 후보로서 손색이 없었습니다. 여기에는 예년의 수상 부문과 금년의 부문별 출품작 숫자와 상호관계가 있습니다. 대상으로 뽑힌 한글 백광홍의 관서별곡은 관서지방을 순찰하면서 느낀 아름다운 경치만큼이나 정취가 넘치는 궁체 흘림으로 내용과 형식이 어울리는 수작이었습니다.

K-Culture 시대를 맞이하여 K-Seoyea(Calligraphy)도 비상하리라 믿습니다. 여기에도 붓과 먹으로 예술의 장을 펼치고 있는 공모전 운영위원 및 현장을 뛰고 있는 서예가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분명 대한민국행촌서예대전이 아름다운 서예 등용문(登龍門)으로서, K-Seoyea의 리더로서 한국 서단의 미래를 열어나가리라 믿습니다.

수상자 여러분께는 갈채를 낙선자 여러분께는 격려를 보냅니다. 힘내세요.

심사위원장 / 문학박사 권상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