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월간서예> 2024년 2월호 논단 - '갑진년 값진 글씨'

갑진년 값진 글씨

권상호

청색(靑色)을 상징하는 ‘갑(甲)’과 용(龍)을 상징하는 ‘진(辰)’이 만나는 갑진년(甲辰年)은 육십 간지의 41번째로 청룡(靑龍)의 해이다. 음력 간지로는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立春, 2월 4일)부터, 엄밀히 말하자면 설날(2월 10일)부터가 진정한 갑진년(甲辰年) 용띠해가 된다. 그러므로 2024년 1월의 낙관문(落款文)으로 ‘甲辰 小寒’ 또는 ‘甲辰 大寒’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다. 당연히 ‘癸卯 小寒’ 또는 ‘癸卯 大寒’으로 적어야 한다.

예부터 신령한 네 가지 동물 곧, 사령(四靈)으로 기린, 봉황, 거북, 용 등을 들고 있다. 이 중에 용은 익룡(翼龍)처럼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비늘과 지느러미가 있어 물속에서 헤엄칠 수도 있으며, 발이 있어 지상에서 공룡(恐龍)처럼 걸어 다닐 수도 있다.

갑골문이나 금문의 ‘龍’ 자의 모양을 살펴보면, 머리에는 커다란 볏(辛)과 날카로운 이빨(月)이 보이고, 거기에 ‘ㄹ’자 모양의 구불구불한 몸통을 그려 넣고 있다. 훈고학에서 음근의통(音近義通)이라 했다. 음이 비슷하면 뜻도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용은 용케도 매우 용하다. 龍(lóng)은 聳(솟을 용), 踊(뛸 용), 勇(날쌜 용), 湧(샘솟을 용) 등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어 발음 lóng에는 隆(클 륭), 聾(귀머거리 롱) 등의 글자가 있고, 영어로는 공교롭게도 ‘길다’라는 뜻이다. 베트남 관광지 하롱베이는 ‘下龍bay’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용의 순우리말은 ‘미르’로, 여기의 ‘미’는 ‘물’을 뜻한다. ‘미리내, 미더덕, 미나리, 미끄러지다’ 등이 모두 물과 관련한 말이다.

지난해 12월에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 한점이 19억 5천만 원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내용은 '龍虎之雄勢豈作蚓猫之態(용호지 웅세 기작 인묘지태, 34×135cm)' 11자로 態(모양 태)가 熊(곰 웅)으로 보이기는 하나 문맥으로 읽어야 한다.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를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견하겠는가?’ 안 의사의 육성이 들리는 듯하다. 

또 비슷한 시기에 한전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린 청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예전 '스며들다'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사회 지도층의 서예 사랑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는 절대적 조건이라 생각한다. 붓을 든 대통령의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김선숙 선생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겸손한 모습에도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렇다. 글쓴이의 정신이 으뜸이고 글씨를 잘 쓰고 못 쓰고는 그다음이다. 이번 일로 위기의 한국 서예가 다시 일어서는 변곡점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다.

지구촌은 용년(龍年)에도 용호상박(龍虎相搏)이나, 처사에게는 교룡득수(蛟龍得水)의 호기가 될 수도 있다. 용사비등(龍蛇飛騰)의 필력으로 유운경룡(游雲驚龍)의 유려한 글씨 많이 남기기를 바란다. 갑진년에는 일자천금(一字千金)의 값진 글씨와 함께 운수대길(運數大吉)의 용꿈 꾸시옵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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