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사군자시에 나타난 상징성 소고

四君子詩에 나타난 象徵性 小考
 東文選 所載의 詩를 중심으로

1. 四君子의 의미와 기원 
  四君子는 매화·난초·국화·대나무의 네 가지 식물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많은 꽃과 식물 중에서 특별히 이들을 선택하여 德과 學識이 높은 사람의 人品에 비유, 君子라 하였다. 그 까닭은 매화·난초·국화·대나무가 뛰어난 아름다움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각기 높은 氣象과 品格을 지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四君子의 품격이 높이 평가되어 고려 시대부터 시문과 회화·공예품 등에서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특히 회화에서는 高麗時代에 宋·元 회화의 영향으로 王公士大夫 사이에 墨竹·墨蘭·墨梅가 널리 그려졌다. 朝鮮 初期에도 사군자가 문인들 사이에 계속 사랑을 받아 왔고 朝鮮 中期부터 독자적인 양상을 수립, 후기에 와서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기고 있다. 
  비록 四君子라는 개념이 회화, 그 중에서도 文人畵의 화목으로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범주를 넘어서서 우리 민족의 氣質과 心性에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받아들여지는, 동양 사상의 一脈으로서 파악되어진 것이다. 
  따라서 매화·난초·국화·대나무는 우리의 先祖들에 의해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여러 예술 분야에서 주된 素材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꽃, 식물 자체가 지닌 순수한 아름다움보다는 그것이 지닌 象徵的 意味, 즉 志操와 節槪, 高雅함과 品格을 높이 산 것이다.

2. 東文選 四君子詩에 나타난 象徵性 
  東文選을 모본으로 선택하여 四君子詩를 검토하고자 하는 이유는 우선 東文選이 지니는 시대성과 가치에 기준한다. 東文選은 이름 그대로 東國의 글을 선별하여 모은 문집이다. 조선 성종 9년(1478년) 왕명으로 편찬된 133권(목록 3권 포함) 45책의 동문선에는, 徐居正·盧思愼·姜喜孟·梁誠之 등 23명의 碩儒들이 纂集官으로 참여하였다. 
  목록 상권 첫머리에 서거정의 序文과 양성지의 '進東文選箋'이 실려 있다. 서거정은 작품의 취사 기준을 제시하기를, '詞理가 醇正하고 治敎에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였다. 또한 우리나라의 시문이 삼국시대에 시작되어 고려시대를 거쳐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에 극성해졌다고 보고, 역대의 빛나는 시문이 중국의 것과는 다른 특질을 가진 우리의 글임을 강조하고, 이를 집대성하여 후세에 전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하였다. 
  동문선에는 乙支文德과 같은 고구려의 무장을 비롯하여 崔致遠·朴仁範 등 통일신라의 문인, 金富軾·鄭知常·李仁老·李齊賢 등의 고려의 문인, 그리고 편찬관들을 포함한 조선 초기 문인 등 500여 작가의 4,302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권별 내용 중,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한시는 권4·5에 五言古詩, 권6∼8에 七言古詩, 권9·10에 五言律詩, 권11에 五言排律, 권12∼17에 七言律詩, 권18에 七言排律, 권19∼22에 五言絶句·七言絶句·六言絶句가 실려 있다. 
  동문선에는 가급적 많은 문체를 망라하여 많은 작품을 수록하려 하였다. 문체의 종류로 보면 55종에 걸쳐 있어, 중국의 '文選'의 39종보다 많으며, 申用漑의 '續東文選'의 37종보다도 많다. 
  동문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文 중에서도, 조칙·교서·제고·비답·주의·차자·첩·책제 등 政敎 관계의 문장과 표전·축문·소·도량문 등 儀禮性이 강한 문장에 해당하는 것이 1,130편 가량이 된다. 이로 미루어 작품의 선정기준에 지배층의 봉건적 상하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고 통치층의 권위를 드러내고자 하는 전형적인 館閣的 문학관의 산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유교를 국시로 하는 조선 조정이 주체가 되어 편찬한 서적에 도교·불교 관계의 글이 많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지배층의 이념이 철저하게 유교적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작품 대부분이 四六騈儷體로 된 화려한 문장이어서 전체적으로 형식미를 추구하는 선정기준을 엿볼 수 있다.
  즉, 동문선은 관료 귀족의 미의식에 맞는 화려하고 豪富·崇嚴한 미, 優雅·溫柔의 미에 지배되어 있으며, 철저하게 상류 지배층 중심의 시문을 포괄적으로 망라했다고 볼 수 있다. 
  동문선은 삼국시대 이래 조선 초까지의 우리나라 문학 자료를 나름대로 집대성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동문선은 그 이후의 주자학적인 문학관에 의해 만들어진 다른 선집의 경직성에 비해 그 다양함과 다채로움이 돋보인다. 
  본고에서는 동문선에 한시 중에서 四君子를 소재로 한 작품만을 골라 그 속에 담긴 精神性을 살펴보고자 한다.

2-1. 吟梅
江南有寒梅 강남에 차가운 매화 있으니,
絶句傳林逋 임포의 좋은 글귀가 전한다.
桃李豈不好 도리가 어찌 좋지 않으랴 마는,
與子愼 途 그대와 함께 나가는 길을 삼가리라.


高蹈繼前轍 고도하여 전철을 계승할 것이니,
寧負平生盟 어찌 평생의 맹세를 저버리랴.
歲晩此 翔 해 늦게 방황하니
梅竹氷雪明 매화와 대에 얼음과 눈이 밝도다.

昨夜山梅一枝發 어제 밤에 산매화 한 가지 피었는데,
山中老僧不知折 산속의 늙은 중은 꺾을 줄을 모른다.
使君年少正多情 사군이 나이 젊고 또한 정이 많기에,
走傍寒叢問消息 찬 떨기 곁에 와서 소식을 묻는구나.

2-2. 吟蘭
靑靑松栢秋 소나무 잣나무는 가을에 청청하고,
馥馥芝蘭春 지초와 난초는 봄에 향기로워라.
美矣君子哉 아름답구나 그대는 군자로세,
淸風驚俗倫 맑은 바람은 속된 무리 깨쳐 주네.

 蘭生有香 아름다운 난초는 나서부터 향기 있으니,
故與君子配 그러므로 군자에 비한다.
操入宣父琴 곡조는 선보의 거문고에 들어오고,
 爲楚臣佩 엮어서는 초신의 패물 되었네.

蘭羞蕙饌倒天廚 난초 차반과 혜초 반찬이 하늘 부엌에 가득하니,
歲月經多源不渴 세월이 많이 지냈으나 그 근원은 마르지 않는다.

2-3. 吟菊
可惜寒澗菊 애틋이 아까워라 찬 시냇가의 국화여
凌霜吐芳  서리 업신여기고 꽃다운 꽃 피웠구나.
微風送幽馥  미풍에 그윽한 향기를 보내오니
向我如有期 내게 향해 기약 있는 것 같네.

我愛黃金菊 나는 황금빛 국화를 사랑한다.
凌霜有光輝 서리를 업신여겨 빛을 내나니,
獨立晩更好 홀로 서 있으니 늦은 것이 다시 좋아,
孰謂孤芳微 외로운 꽃다움이 미약하다 뉘 이른고.

去年九日秋澄閣 작년 구일의 추징각에는.
楓 晩霜湖色薄 늦 서리에 단풍 붉고 호수 빛깔 엷었거니.
鴉 捧酒壽佳賓 젊은 처녀 술을 받들어 좋은 손께 축수하고,
手 秋香沈琥珀 손으로 가을 향기 주물러 호박잔에 담갔다.

2-4. 吟竹
此君獨酩酊 대[此君] 홀로 취하여,
兀兀忘所如 정신없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네.
江山雖有異 강산은 비록 변했지마는,
風景本無殊 풍경은 예와 다름없다.

我欲買山去 나는 산을 사러 가서
鑿翠開風  푸른 잔디 파헤치고 집이나 지으련다.
園中養松竹 동산에는 소나무 대나무 기르고,
門外種   문 밖에는 찰벼와 메벼 심으리.

相去曠千載 시대가 서로 떨어지기 천 년이 넘었는데,
嗚呼感予衷 슬프게 내 마음에 느껴진다.
毛髮竪如竹 모발은 대 같이 일어서고,
凜凜吹英風 영풍이 늠름하게 불어온다.

3. 題畵詩에 관하여 
  題畵詩란 그림에서 받은 感興 등을 그 그림과 같은 기분으로 적은 시를 말한다. 題畵詩와 그것을 쓴 서체, 그리고 그림이 한데 어우러져 그림을 더욱 아름답고 풍부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四君子畵에도 그 그림의 내용과 관련되는 畵題를 반드시 쓰는데 이 역시 題畵詩의 하나라 하겠다. 文人畵의 대표적 영역으로서 四君子畵의 특징은 詩·書·畵·印 네 가지 요소가 서로 결합되어 있다는 점이다. 四君子畵에 있어서 題詩와 落款을 하는 일은 회화 조성의 중요한 부분을 이룬다. 역대 시인들 중 절대 다수가 題畵詩를 지었으니, 唐代 李白, 杜甫, 王維, 白居易, 元  등이 모두 인구에 膾炙되는 題畵詩를 썼다. 
  제화시의 작용은 1.有助畵意 2.闡明畵理, 3.成全章法美, 4.点題又点景의 네 가지 요소가 있다. 이 네 가지 요소 중에서 문학에서 다룰 것은 有助畵意의 작용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림 위에 보이는 題畵詩의 문학적 가치를 살펴보고, 그 그림과 정신적으로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검토해 보고자 한다.

4. 結論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志操와 節槪를 군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여겼던 儒敎社會에서는 고난과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우는 사군자가 선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즉 사군자를 통하여 변함없는 뜻과 마음을 나타내고자 하였으며, 고아하고 탈속한 경지를 추구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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