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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신은 재주있는 분을 더욱 사랑하여
먼저 데리고 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정인가 봅니다.
남들이 알면 시기하여
메달릴까봐
훌쩍 잡아간다더니
그 말이 거짓이 아니더이다.
저의 대구길은 그래도
수시간의 지루한 길이었지만
당신이 가신 길은
순간이었습니다.
오늘도 멍하니 하늘만 쳐다봅니다.
구름 빛 속에서
당신의 먹빛을 찾고
이따금 틈새로 비치는
이른봄의 햇살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여기 祭酒 대신에 墨汁을 올리오니
못 다한 筆魂을
그곳에서 달래소서.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