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恩惠)
신묘한 신묘 새해
마음은 고요하고 몸은 한가로워
눈빛 맑은 향기 따라 미시령을 넘는다.
울산바위는 小寒(소한)에 더욱 늠름하다.
눈 내려도 하얗지만
눈 내리지 않으면 더욱 하얀 산,
雪嶽山(설악산).
신흥사 앞 관광호텔은
오늘도 목탁소리 덤으로 들으며
케이블카에 꿈을 싣고 하늘에 오르고 있다.
초저녁 종소리에 산새 돌아간 뒤
산바람은 내려와 풍경과 도란도란.
붓이 별빛에 귀를 씻고 硯池(연지)에 다가서자
하이얀 눈밭을 끝없이 달리는 筆夢(필몽).
밤새 손끝으로 마시는 황홀한 墨酒(묵주) 한 사발에
창 너머 나무들도 잠 못 들고
함께 취해버린 야한 밤.
먼 동해에서 먼동이 고개 들면
새해에 은혜 갚고 싶은 이들이 떠오른다.
雪茶(설다) 한 잔에 바다를 담고
墨香(묵향) 한 숨에 하늘을 마신다.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