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묻으며/ 黑露의 死色 가을

8월을 묻으며

갈 시간 그렇게 지나가고
올 시간 여지없이 다가온다.

갔던 자리 미련 남고
가야할 자리 기다려지지만
자리는 처음부터 그대로인 걸.

8월은 속절없이 가는데
칠석 지난 열이틀 달은
만삭으로 차오른다.
 
갈 사람 가고
남을 사람 남았다.

가든 오든 그리움은
9월의 아침처럼
가을 배추처럼 
서늘하게 다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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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露의 死色 가을

아, 가을인가

백로절이 되면 나뭇잎도 영그나 보다.
창 너머 벚나무 잎이 두텁고도 탱탱하다.

금년에도 나이테 하나를 두르며
허리를 키우겠지.

나도 나이를 먹으며
나이테를 허리에 두르고 있다.
만 쉰 다섯 해를 넘기고 나니
배짱이 두둑해지고 있다.

지구의 나이테는 무얼까.
젊을 때는 흙과 돌이었을 텐데
새로 두르고 있는 나이테에는
시멘트, 아스팔트, 쓰레기, 빈 병, 꽁초 등이 박힌 걸 보니
지구도 이젠 꽤나 늙었나 보다.

하늘 어느 별에 있을 우주 119에 신고했다.
지구가 죽게 되었어요.
왜, 이렇게 늦게 연락했느냐고 혼이 났다.
늦어도 너무 늦었어... 손을 쓸 수가 없어요......

한-참-을
묵묵히 고개 떨구고 어슬렁거렸다.
내 죽으면 정녕 어느 맑은 별나라로
내 영혼이 이민갈까.
이 몸에서 악취가 나고 오염되었다고 받아주기나 할까.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보다
분명 더 배부르고 등 따신데
세계적 경제난이다, 신종 플루다, 핵이다......
왜들 이리 소란일까.

서울의 白露는 黑露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사색의 가을이
死色의 계절로 되고 말았다.

                2009. 9. 7. 백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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