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2010. 5월호- 용서容恕

용서容恕

 

씻은 붓을 종이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깨끗한 화선지를 버렸다는 아쉬움에 화가 났다.

화선지에 대한 탐貪 때문이로구나.

 

순간 먹물에 대한 미운 마음이 생겼다.

씻은 붓의 남은 먹물로도 이렇게 버릴 수가 있구나.

먹과 붓과 떨어뜨린 자신에 대하여 화가 났다.

이것이 진嗔이로구나

 

화선지를 찢어버릴까 하다가 그냥 잤다.

이튿날 아침 떨어진 먹 자국이

아름다운 붓꽃으로 피어났다.

한 송이의 만다라…….

그래 이것이 정녕 치恥렷다.

 

붓꽃이 그려진 종이 위에

염화미소를 닮은 용서容恕란 두 글자를 썼다.

얼굴 용容 자는

용서에서 나오는 웃는 얼굴 모양으로 쓰고

용서할 서恕 자는 여심如心으로

서로 마음을 같이함에서 나온다.

 

수월 권상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