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2010. 8월호 - 달을 읽는 물고기와 하늘을 얘기하는 새

8. 달을 읽는 물고기와 하늘을 얘기하는 새

 

삼복더위에 생각나는 곳은 海印寺(해인사)이다.

바다 海() 자가 있기 때문일까?

해인사 중에서도 堆雪堂(퇴설당)은 더욱 간절한 곳이다.

눈 雪() 자가 있기 때문일까?

 

유월 열사흗날

서울을 넘어 남양주시 수락산 자락을 찾는다.

계곡 한 편에서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나는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세상의 때를 씻으며 붓을 잡는다.

물속 고기들도 행초서로 시를 쓰고 있다.

 

긴 여름날도 속절없이 저물어 가고

동산에는 달이 붕긋 고개를 든다.

밤하늘은 마침내 달 눈을 크게 뜨고

옅은 구름을 법문으로 읽고 있다.

밤새도 소리 공양을 시작하는데

순간 해인사 퇴설당 주련이 떠오른다.

퇴설당 주련엔

鏡虛(경허)선사께서 우주와 하나 된 경지를 노래한

5 7구 깨달음의 주련이 서 있다.

 

여전히 산 능선은 세상 먼지를 막으며 서 있고

계곡 물소리는 바깥소리를 잠재우고 있다.

 

 

春秋多佳日(춘추다가일) 봄가을 내내 참 좋은 날 많더니

義理爲豊年(의리위풍년) 마땅한 약속 지켜 풍년이 들었구나.

靜聽魚讀月(정청어독월) 달을 읽는 물고기 소리 고요히 들으며

笑對鳥談天(소대조담천) 하늘을 얘기하는 새와 웃으며 마주하네.

雲衣不待蠶(운의불대잠) 해진 옷도 그만이라 누에 칠 일 없으리니

禪室寧須稼(선실영수가) 어찌하여 선방에서 농사까지 바라리오.

石鉢收雲液(석발수운액) 돌로 만든 발우에 곡차 한 잔 거두리라.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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