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2010. 9월호- 부채에 부쳐

부채에 부쳐

 

화발욕시방유색花發欲時方有色

꽃은 피려할 때 더욱 아름답고

수성택시각무성水成澤時却無聲

물은 못을 이룰 때 소리 없나니라.

 

경허鏡虛 스님의 게송입니다.

다 핀 꽃보다 막 피려하는 꽃이 더 아름답습니다.

열릴 듯 닫힌 문을 통하여

구름 사이로 얼굴을 반쯤 내민 산을 바라보는 것이

정녕 아름답습니다.

 

산골짜기 물은 청춘처럼 시끄럽습니다.

하지만

못의 물은 깊이를 더할 뿐

소리가 나지 않듯이

우리 인생도 나이가 들수록 깊이를 더할 뿐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서성書聖이자 다인茶人인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의 노래입니다.

 

정좌처다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고요히 앉아 있는 곳에

차를 반쯤 마셔도 향기는 그대로요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

깨달음이 있을 때에

물은 흐르고 꽃은 피누나.

 

경허스님의 깨달음의 경계에 한 걸음 다가가고 싶습니다.

추사선생의 선풍仙風에 더불어 젖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닮아가는 것이 또 하나의 욕심인가 싶다가도

번잡한 생활 속에 한시름 잊고 싶을 때

이슬 머금고 향기 머금고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 안개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두 손 모아 비는 말씀

오래 살고

복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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