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2012. 4월호- 봄 마중

봄 마중

 

수월 권상호

봄 길을 걷는다.

물오름달 춘분 지난 한낮에

에인 바람 스치던 개울길 따라

노랑 개나리 불이 타고 있다.

사각거리는 치맛자락

각시의 잰걸음에 이는 뜨거운 입김인가.

분홍빛 고운 심장 밖으로 드러낸

산삐알 진달래의 여린 한숨.

 

봄 길을 멈춘다.

새봄 길 만들기에 바지런한 봄처녀 두 마리

끝 간 데 없는 꽃향기 터널 따라

어디론가 날아간다.

멍하니 따르던 내 눈길에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봄 졸음.

내 마음 길 깊이 파고드는

胡蝶之夢(호접지몽) .

 

꿈길을 걷는다.

거친 들판 저 편의 지친 하늘가에

잰 며느리만이 볼 수 있다는

눈썹달이 걸렸다.

그 누가 연꽃잎 하나 따서

하늘에 던졌나.

미풍에 달빛 가락 올올이 빗자

사위어 가는 번뇌.

 

봄 길 끝에 문득 얻은 연꽃잎 하나

두 손에 고이 들고 헌화할거나.

윤삼월 지나 다가올

연화세계 꽃 잔칫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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