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2012. 10월호 - 독도의 편지

독도의 편지

 

홀로 서서

홀로 자맥질치고

홀로 앓았다

 

긴 세월이었다

 

외로웠다

서러웠다

아팠다

 

따분하고 심심한 날도 많았고

누군가가 그리운 날도 많았다

 

… 꿈이었을까

 

먼 섬 어느 항구에서

괭이갈매기 눈망울을 닮은 희끄무레한 불빛이

나의 허기진 레이더에 감지될 때면

  

눈을 비비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치지 못한 편지의 사연 같은

무의미한 구름조각들과

세기를 가늠할 수 없는 매몰찬 바람이

나 몰라라 외면하며 지나가곤 했다

 

가끔

무릎걸음 움직여

이웃 울릉섬으로 마실도 갔다 오곤 했다

 

보름달 떠 있는 깊은 밤에는

내 몸을 품어 안고 있는

바닷물 속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굴러

물속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야 나 독도야 여긴 독도라고

이상 오버 에헴

이라고 손 마이크로 우쭐대며

타전하는 시늉도 했었다

 

               수월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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