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연주하는 쿼텟 - ‘붓의 노래’ 4인전

붓으로 연주하는 쿼텟 - ‘붓의 노래’ 4인전

 

마들평야가 노원구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때가 1988년이었으니, 올해로 30돌을 맞이했습니다. 그 사이 노원은 서울 동북부 중심도시, 교육복지 도시, 행복문화 도시로 거듭났습니다.

게다가 명산과 샛강이 잘 어우러진 노원은 자연 친화적인 녹색복지 도시로서의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문화예술 활동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활성화되어, 이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노원문화는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노원서예야말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정도로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습니다.

여기에는 노원구청과 노원문화예술회관을 중심으로 한 관()의 후원과 방향 제시, 창작에 몰입해 온 작가(作家)의 열정, 한마음으로 부응해 온 민()의 공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노원에서 역대 회장 중 권상호·김용석·안재운·현명숙 등의 네 작가를 초대하여 붓의 노래라는 이름으로 붓 연주 쿼텟(quartet)을 펼쳐보고자 합니다. 4명의 서예가는 먹물에 풍덩 빠져 지금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붓질을 통한 자기 구도의 자세로 열정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원의 한글고비가 보여주듯 서예는 사라지기 쉬운 말을 담아 놓는 말의 비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서예는 영원합니다. 글의 내용과 형태를 동시에 전달하는 유일한 융합 예술이기도 합니다. 내용과 형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므로 서예는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쓰고, 낙관하고, 표구하여 전시할 때의 성취감 또한 큽니다. 우리는 서예 속에서 역사와 사상을 자주 접하기 때문에 과거의 고리타분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여기 4인의 서예가는 전통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되, 시대가 요구하는 현실적 미감을 충분히 살리고 있습니다.

알고 보면 서예는 중독성이 강한 예술입니다. 마약은 금세 마취되고, 술은 30분이면 취하는데, 먹물은 적어도 3년 이상 복용해야 중독됩니다. 그러나 행복한 중독입니다.

우리는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반드시 죽는다. 다 두고 죽는다. 혼자서 죽는다. 그러나 먹 자국은 죽지 않고 아름다운 말과 함께 영원히 남는다.”

붓질의 순수성에 감동하고, 가능성에 갈채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하루쯤 먹물에 풍덩 빠져 행복한 구속을 당해보지 않으실래요?

 

2018. 3. 권상호·김용석·안재운·현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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