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으로 영원을 잡으며

붓으로 영원을 잡으며


매년 봄날이면

제주도 딱딱한 화산 돌담 밑에서

부드러운 새싹들이 두꺼운 땅을 뚫고

돋아나는 모습을 본다.


매서운 눈바람과 추위를 딛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일어나는 풀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기는 자연의 질서를 보라.

그렇다.

여성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여자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여자이기에

아내 또는 엄마이기 때문에가 아니라, 아내 또는 엄마이기에

오히려 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하이얀 화선지를 펼쳐놓고 드넓은 마음 밭을 갈고

부드러운 붓끝에서 나오는 강인한 획질에서

삶의 충일감을 느낀다.


한 송이 들꽃 속에 천국이 있듯이

내 작은 서재는 나의 우주이다.

  

온아한 성품에서 피어나오는 예리한 예술혼을 꿈꾸며

오늘도 여유롭게 먹을 간다.

붓을 잡는 짧은 시간 속에서

영원을 잡는다.

 

           2006. 12.

           大韓民國 濟州特別自治道 이심당(怡心堂)에서

                                    소정(素亭) 金宣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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