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만난 서예

 

산의 언어가 침묵이듯이

서예 언어도 침묵이다.


그저 마음의 리듬을 따라 걸을 뿐이듯이

그저 마음의 리듬을 따라 쓸 뿐이다.


쓸쓸하고 깊은 겨울밤일수록

깊은 교감의 시간만 남는다.


기약 없는 기다림 없이 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없듯이

기약 없는 기다림 없이 서예의 아름다움도 볼 수 없다.


거대한 구름이 진군하듯이 몰려온다.

거대한 먹물 구름도 진군하듯이 몰려온다.


바람, 구름, 빛이 만나 雲海를 이룬다.

물, 먹, 종이가 만나 墨海를 이룬다.


한번의 만남이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곳, 그것이 산이다.

한번의 만남이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곳, 그것이 서예이다.


산은 극복의 대상이기보다 도전의 대상이다.

서예도 극복의 대상이기보다 도전의 대상이다.


어려운 일을 택할수록 기쁨은 배가 된다.

등산도 글씨도...


네모난 틀 속의 사진 - 마음으로 보는 산의 모습

네모난 표구 속의 글씨 - 마음으로 보는 글씨의 모습


붓을 통해 만난 사람은 금방 마음을 놓는다. 그것이 서예의 힘.


몸의 고행은 마음의 수양과 맞닿아 있다.

스스로 택한 고행.

기다림 뒤의 희열.

정상의 칼날 같은 추위.


일상과 맞바꾼 고행

설악산에는 붉은 햇덩이 같은 희망이 뜬다.

내가 쓴 글씨에는 붉은 햇덩이 같은 낙관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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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난파
설악산에 다녀오셨나 봅니다.  붓글씨 쓰는게 일상이시다 보니 설악산에 가서도 山書同理의 이치를 깨우치셨군요
권상호
난파 선생께서 골골이 찾아주셨구려...
감사드리고, 건필하세요.
권상호
겨울 산에는 얼음폭포가 있다.

갈필 속에도 얼음폭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