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경북 예천군 지보면 수월리에 마을회관을 짓었다. 이에 어른들의 부탁으로 준공기념비에 올릴 비문을 지었다.
준공기념비
예천군 지보면 수월리 수동(首洞)에 동민들의 오랜 소망이었던 쉼터이자 여가선용의 공간인 마을회관이 세워졌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인 진영산 자락에 봉황의 벼슬에 해당하는 문필봉을 바라보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 수동은, 내성천과 수월천을 각각 해자처럼 두르고 있다. 조선 명종 때 태사공 권행(權幸)의 22세손 훈련판관 권영통(權英通)께서 천혜의 길지임을 예견하고 개척하신 마을인데, 인조 때 권태일(權台一) 선조께서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태일촌(台一村)이라 부르다가, 다시 구한 말 용궁군수께서 이 마을을 둘러보고 환경이 수려하고 동네가 아름다워 과연 ‘맨 먼저 찾아볼 만한 고을’이라 하여 ‘머릿골’로 부르다가 나중에 ‘수동(首洞)’으로 개칭했다.
우리 삶의 어려운 역사적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일에는 성실과 단합으로 학문에는 예지와 끈기로써 마을을 일궈 나가 많은 명사들이 배출되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큰 소용돌이 속에 출향인이 많이 생기고, 고향은 공동화되기에 이르렀다. 정보와 문화의 21세기를 맞아 육신의 태반이자 정신의 안식처인 내 고향 수동을 살리자는 목소리와 함께 경향 각지의 애향심의 결실로 마을회관의 준공을 보게 되었다. 이제 화합과 나눔의 보금자리를 중심으로 동민과 출향인 모두가 일취월장할 것을 기원하며, 이 감동을 후손에게 길이 전하고자 이 비를 세운다.
수월리란 행정 명칭처럼 이 복된 마을에는 수수한 사람들이 수월하게 태어나서 수월하게 살아가다가 죽기도 수월하게 하리라. 수동이란 동명처럼 지혜가 뛰어난 인재가 끊임없이 배출되어 나라와 인류의 기둥이 될 것이다.
2006년 9월 일 수동 주민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