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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時中(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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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壬辰年) 새해 덕담(德談)
도정 권상호
새해를 맞아 상대방이 잘 되기를 비는 말을 덕담(德談)이라 한다. 가까운 사람끼리는 서로 만나 인사하면서 덕담을 나누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친지와는 만나기 어려우므로 연하장(年賀狀)에 간단한 소원을 적어 보냄으로써 덕담을 대신하기도 한다.
침대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누운 상태로 전화를 통한 덕담 나누기는 차라리 고전적이고 정겹기까지 하다. 요즈음은 세월이 좋아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트위터나 카카오톡을 통해 동시 다발적으로 덕담을 나눈다. 덕담 내용도 본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다운받아 재사용하는 지경이고 보면 정감이 가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스팸 메일은 아무리 좋은 덕담일지라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이른바 ‘덕담 거부 시대’에 이르고 말았다. 받는 사람의 명칭조차 들어 있지 않은 메일은 살펴볼 가치도 없다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다.
차제에 덕담의 본뜻을 문자학적으로 살펴보자. ‘덕(德)’ 자의 갑골문 형태는 彳(자축거릴 척)에 直(곧을 직)이 붙어서, ‘앞을 곧게 보고 나아감’의 뜻이었다. 그러나 금문에 오면 흔히 ‘직심(直心) 덕’이라고 말하는 ‘덕(悳)’으로 쓰기도 했으니, 直(곧을 직)에 心(마음 심)을 붙인 것으로 보아, ‘곧은 마음’ 곧 ‘정직(正直)’을 중시했다. 오늘날은 도덕(道德), 덕행(德行), 덕성(德性), 덕분(德分)의 ‘덕(德)’ 자에서 보듯이 ‘덕(悳)’에 ‘척(彳)’을 덧붙여 ‘덕(德)’으로 쓰고 있으니, 이는 ‘실행’,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담(談)’이라 무엇인가. 言(말씀 언)에 炎(불탈 염)이 붙어 있다고 자칫 불꽃이 타오르듯이 서로 논쟁하거나 싸우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염(炎)은 불꽃이 반짝반짝하는 모닥불이나 화로를 가리키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따라서 담(談)이란 ‘화로 주변에 앉아서 조용하게 이야기를 나눔’의 뜻이다. 예컨대, 淡(담)은 ‘수면이 반짝반짝하며 맑음’을, 倓(담)은 ‘사람이 고요함’을, 담(埮)은 ‘흙이 평평함’을, 담(惔)은 ‘마음이 편안함’을, 담(毯)은 ‘포근한 담요’를 가리킨다.
결론적으로 덕담의 속성은 ‘정직’과 ‘실천’, 그리고 ‘조용한 말 나눔’이다. 그러므로 동시 다발성의 요란한 메일은 덕담이라 할 수 없다.
전통적인 덕담의 내용은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이다. 여기에서 ‘복(福)’ 자를 보면, 앞의 '示(보일 시)'는 하늘이 내리는 복이요, 뒤의 ‘畐(가득할 복)’은 ‘부(富)’에서 보듯이 각자 노력하여 쌓은 복이다. 따라서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덕담은 복(福)의 반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복(畐)’ 자를 보면 오히려 ‘복 지으세요.’라고 하는 표현이 낫다고 할 수 있다. 복을 받는 일은 하늘의 뜻이니, 기약할 수 없지만 ‘복 짓는 일’은 각자의 몫이니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리고 “과세(過歲) 안녕하셨습니까?” 또는 “올해도 손주들 재롱 많이 보세요.”라는 덕담도 많이 쓰는 말이다.
그런데, 자칫 어른께 절을 빨리 올리겠다는 뜻으로 “절 받으세요.” 또는 “빨리 앉으세요.” 등의 표현은 예절에 맞지 않다.
연하장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문구는 ‘근하신년(謹賀新年)’이다.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이 외에도 손윗사람에게는 ‘수산복해(壽山福海)- 수명은 산과 같고, 복은 바다와 같으소서.’ ‘화기만당(和氣滿堂)- 화목한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소서.’ ‘만사여의(萬事如意)- 모든 일을 뜻과 같이 이루소서.’ 등을 사용하고, 손아랫사람에게는 ‘유지경성(有志竟成)- 뜻이 있으면 마침내 이루리라.’ ‘청운만리(靑雲萬里)- 입신출세하려는 큰 꿈을 지녀라.’ ‘대기만성(大器晩成)-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 ‘수신양덕(修身養德)- 몸을 닦고 덕을 길러라.’ ‘무한불성(無汗不成)-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없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즉 광적으로 덤벼들지 않으면 무언가를 이룰 수 없다.’ 등이 있다.
연말연시에 롯데백화점 후원으로 2012 임진년 특집 ‘새해 덕담 족자 서비스’ 행사를 치렀다. 여기에서는 고객과 상담을 진지하게 한 후에 그에 알맞은 덕담 내용을 백족자(白簇子)에다가 직접 써서 드렸다.
예술의 생명력은 실천과 공유에서 나온다. 그것도 소장자가 보는 앞에서 마음을 실어서 쓴 글씨라야 기운이 생동한다. 방안에서 숨어서 쓴 글씨는 청중 없는 가수의 노래와 같이 힘이 없다. 나의 경우 혼자서 몰래 쓴 글씨는 ‘박제된 글씨’로 본다.
‘십목소시 십수소지(十目所視十手所指)’란 말이 있다. ‘열 눈이 보는 바이고 열 손이 손가락질하는 바’라는 뜻이다. 비록 홀로 방안에서 붓을 잡을지라도 여러 사람이 보고 있는 것처럼, 여러 사람이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써야 하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대학(大學)> 성의장(誠意章)에는 ‘신독(愼獨)’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보다 혼자 있을 때를 더 조심하는 것이 신독이다. 이 말 다음에 증자(曾子)의 말을 인용하고 있으니, 곧 위의 내용이다.
당일의 덕담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글 덕담 내용으로는 ‘사랑은 나눔으로, 마음은 뭉침으로’ ‘꿈은 크게, 생각은 바르게’ ‘소통과 공유’ ‘이룸 예감’ ‘성공은 노력에 있고, 행복은 마음에 있다.’ ‘즐거운 시간, 아름다운 공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늘 푸른 건강’ ‘푸른 꿈 붉은 열매’ ‘생각 한 줌, 행복 두 줌’ ‘따스한 남편, 현명한 아내’ ‘큰 뜻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자.’ ‘세상을 밝게 살며, 마음은 넓게 갖고, 희망은 크게 품자.’ ‘성공은 노력에 있고, 행복은 마음에 있다.’ ‘오늘도 나는 나의 가능성을 향해서 노력한다.’ ‘오늘은 어제의 생각이 데려다 놓은 자리이며, 내일은 오늘의 생각이 데려다 놓을 자리에 있다.’ ‘마음을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자.’ ‘장밋빛 인생을 향한 소망으로 살아가자.’ ‘인내 속에 화목이 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다.’ ‘끈기와 노력으로 최후에 웃는 사람’ ‘사랑 나눔, 행복 베풂’ ‘아름다운 만남, 사랑과 배려’ ‘깊은 생각 높은 이상’‘어제보다 나은 오늘’ ‘꿈은 크게 생각은 바르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생각은 깊게, 느낌은 넓게, 상상은 높게’ 등을 썼다.
한문 덕담 내용으로는 ‘시중(時中)’ ‘지성불식(至誠不息)’ ‘가경만당(嘉慶滿堂)’ ‘화이부동(和而不同)’ ‘흑룡득수(黑龍得水)’ ‘일념통천(一念通天)’ ‘정직충효(正直忠孝)’ ‘일겸사익(一謙四益)’ ‘학여등산(學如登山)’ ‘상운집문(祥雲集門)’ ‘금옥만당(金玉滿堂)’ ‘심사민행(深思敏行)’ ‘자승자강(自勝者强)’ ‘무언선행(無言善行)’ ‘유천희해(遊天戱海)’ ‘전정사금(前程似錦)’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死必卽生)’ ‘도리불언 하자성혜(桃李不言下自成蹊)’ ‘학문여 역수행주 부진즉퇴(學問如逆水行舟 不進卽退)’ 등을 썼다.
흑룡의 해, 임진년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아름다운 말의 숲을 거닐며, 각자 가족과 친지에게 어울리는 덕담을 정성스럽게 글로 적어 보내 보는 게 어떨까? 용케 맞이한 용해에 용솟음치는 행운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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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飛龍乘雲 : 비룡승운의 사전적 의미는 용이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듯이 현자(賢者)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을 의미.영웅이 때를 만나 세력을 얻음을 비유하는 말. <韓非子>. (天下大安의 땅 天安) 乘(人+桀(홰 걸́)
騰蛇遊霧: 공중에 오르는 뱀은 안개에 떠서 하늘에 노닌다.
雲從龍風從虎 :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범을 좇는다.’는 뜻으로, 마음이 서로 맞는 사람끼리 구하고 좇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